여과장치 신뢰할 수 없어

오염수, 공정한 측정 필요

“과도한 불안은 경계해야”

 

 

  #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다. 사고 당시 폭발했던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며 오염수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거른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올해부터 이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5일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해저터널 공사가 마무리되며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본지에서는 2명의 전문가를 만나 이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지난 21일 국내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이 후쿠시마로 떠났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정화 및 방류시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시찰단은 원전 현장을 방문하고, 일본 관계기관과의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지난 20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인간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안전 기준과 국제법에 따라 수행될 국제원자력기구의 독립적인 검증을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의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호적인 목소리를 냈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논의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오염수에 대한 우려는 ‘괴담’일 뿐이라는 학계의 지적에 맞서고 있다. 서균렬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이후 원전 사고 대처에 있어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의 원자로가 녹아서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원자로 아래에서 흐르던 지하수가 문제가 됐습니다. 수많은 방사성 물질과 폭발 잔해가 지하수로 똑똑 떨어졌죠. 당시 오염된 지하수 일부는 바다로 빠져나갔고, 일부는 지금까지 저장 탱크 안에 보관됐습니다.

  핵분열이 일어나면 300개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나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철, 코발트와 같은 물질이 모두 말입니다. 후쿠시마에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도 300개의 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있었겠죠. 처음에 일본은 이 중 64개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고 평가해서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은 물질이니까요. 최근엔 측정 대상을 30개로 수정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사용하고 있는 ALPS가 이 물질들을 제대로 거를 수 있냐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학계의 의견이 달라졌습니다. ALPS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을 모두 거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70%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오염수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존재합니다.

  ALPS가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선 임의로 두 탱크를 골라 오염수가 가지고 있는 방사성 물질의 비율을 비교해야 합니다. 두 탱크의 오염수가 방사성 물질을 같은 비율로 가지고 있다면 ALPS가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걸렀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2개의 탱크를 비교했을 때, 오염수 속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의 비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됩니다. 이는 ALPS가 어떨 때는 세슘을 걸러내지만, 어떨 때는 세슘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수 간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했죠. 도쿄전력이 임의로 탱크를 골라 자료를 제공했을지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저장 탱크 아래 쌓여있을 침적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탱크 속 오염수를 골고루 섞은 후 공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ALPS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정수기 필터도 갈아씁니다. 도쿄전력은 25개의 ALPS 장치를 이용해 130만 톤의 물을 지금까지 정화하고 있습니다. 130만 톤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600개를 채우는 양입니다. 심지어 물만 거르고 있는 게 아니라 지하수에 섞여오는 모래, 자갈, 진흙도 모두 거르고 있는 겁니다. 제 기능을 하고 있다 보기 어려워요.”

 

  -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걱정할 문제가 없나

  “ALPS가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거른다면 삼중수소만 오염수 속에 남습니다.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다른 방사성 물질에 비하면 훨씬 약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물질의 100분의1, 1000분의1 수준입니다.

  다만, 아무리 약해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흔히 삼중수소는 10일이면 인체에서 빠져나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완전히 빠져나간다기보다는 열흘이 지나면 절반이 빠져나가고, 또 열흘이 지나면 그중 절반이 빠져나가는 식입니다.

  빠져나가는 동안 삼중수소가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염기쌍은 약한 에너지에도 끊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세포가 손상되더라도 금방 복원이 되고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노약자의 경우엔, 끊어진 세포가 그냥 죽어버리죠.

  여러 개의 염기쌍이 끊어지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원래 결합해 있던 쌍이 아니라 다른 쌍을 이루게 되면, 세포 변형이 일어납니다.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죠. 엉뚱하게 쌍을 이루게 된 세포가 마구 증식하면 백혈병, 혈액암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방사성 물질에 비해 가능성은 적지만, 걱정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한국은 수산물 섭취량이 세계 1위입니다. 수산물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해양 생물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이 될 것입니다. 삼중수소는 시간이 지나면 생물체의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빠져나가기 전에 다른 생물에게 잡아먹히면 어떡합니까. 점점 더 큰 생물체에 삼중수소가 남습니다. 우리는 그런 수산물을 먹게 되는 겁니다. 삶거나 구우면 삼중수소가 증발할 수 있지만, 그럼 회를 먹긴 어렵겠죠. 오염수가 한 번 바다에 버려지면 우리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에선 길을 찾아 우리의 식탁에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겪을 심리적 압박감입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해류가 어떻고, 방사성 물질이 어떻고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오염수를 버리냐, 버리지 않느냐. 그것만 중요합니다. 우리 영해에 오염수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오염수를 버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산물이 팔리지 않게 됩니다. 2021년,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당시에도 수산물 시장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젠 실제로 방류하는 거잖아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30년 동안. 원자로를 씻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30년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이미 많은 국가가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나 프랑스, 영국, 미국 모두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리고 있긴 합니다. 일본도 예전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고요. 역시나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경우엔 사고로 발생한 것이 아닌, 정말로 삼중수소만 있는 오염수입니다. 그냥 폐차장에 차를 버리는 경우와, 자동차의 엔진이 폭발한 경우의 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엔진이 폭발하면 그 잔해가 다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근데 지금 그 잔해가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매년 버리는 삼중수소의 양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지만, 일본이 앞으로 30년 이상 오염수를 버리면 그 양이 훨씬 많을 겁니다.”

 

  - 방류 이외에 오염수를 처리할 방법은 없는지

  “안전한 소재로 저장 탱크를 일주일에 하나씩만 만들면 앞으로 18년은 더 견딜 수 있습니다. 세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30년입니다. 사고 발생 이후 12년이 지났고, 18년이 더 지나면 방사성 물질은 저절로 절반이 됩니다. 18년이 지나면 정화 기술도 발전하겠죠. 보관하고 기다리면 지금 당장 오염수를 버리는 것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을 텐데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물론 돈이 더 들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방류 계획 역시 340억 원을 예상하고 시작됐으나 방류 시설을 마련하는 데 이미 3조 원이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전 사고 후에 폐기물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스리마일섬 사고 당시 발생한 폐기물은 아이다호에 있는 처분장에 옮겨졌으며, 체르노빌 사고 이후엔 콘크리트로 원전을 봉합했습니다. 후쿠시마의 경우 사고를 수습할 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결국 지하수가 오염됐고, 이걸 태평양에 방류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오염수를 방류하게 된다면 이후 원전 사고가 발생할 때 선례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태계를 생각하면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 과거에 흘러나간 오염수의 영향은

  “사고 이후 2년간 오염수가 그냥 바다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이걸 근거로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기도 하죠. 하지만 영향이 없는 것과 못 찾는 것은 다릅니다. 사고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 생각해야 해요. 오염수의 영향이 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이 서서히 나타날 시기입니다. 유의미한 차이는 아직 없지만, 갑상샘 질환 등이 일본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 후쿠시마에 한국시찰단을 파견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국제사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동의하는 마지막 도장을 찍고 올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방류시설이나 ALPS를 확인하고 와야 하는데 시설 내부는 안 보여줄 겁니다. 일본 시민들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학계에선 ‘괴담’이라 칭한다

  “앞선 우려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없습니다. 그저 도쿄전력이 알려주지 않는 것을 한번 살펴보자는 것이죠. 사람들이 직접 판단했으면 합니다. 사실 삼중수소는 아무리 나와도 10억 명 중 1명 정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세슘이나 스트론튬의 경우 1만 명 중 5명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치로 생각을 했을 때 말이죠. 1만 명 중 5명이라면 이건 고려해 볼 만한 문제입니다. 5명이 누구일지는 모릅니다. 우리나라 사람일지, 후쿠시마 사람일지, 태평양 지역의 사람일지. 하지만 누군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일입니다. 확률의 문제이고, 10~20년 후의 문제입니다. 판단은 본인이 하는 일이지만, 이 정도 걱정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완전히 끝났다’는 과도한 걱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경계하는 정도면 됩니다. 알고 보면 모든 게 보인다고들 얘기하잖아요. 과도한 불안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글 | 엄선영 대학부장 select@

사진 | 김태윤 기자 orgn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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