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매력도 상대적으로 증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 제공해야

창의적 시도에 대한 보상 확실히

 

  공직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하락하고, 조기 퇴직률은 증가했다. 낮은 경쟁률과 높은 조기 퇴직률의 원인으로는 적은 보수, 경직된 조직문화, 악성 민원 등이 꼽힌다. 공무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의승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 박정수(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신용수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물었다.

 

  - 공무원의 매력이 떨어진 원인은

  신용수|“실제 임금은 적더라도 노후 연금 보장이 확실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젊은 층이 많이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금 개혁으로 연금이 계속 줄어 국민연금과 큰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 공무원의 장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더불어 물가가 급속도로 올라가지만, 공무원 임금은 그에 맞춰 올라가지 못하는 것도 경쟁률이 떨어진 또 다른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최저임금보다도 못하는 봉급이기 때문에 생활하기가 어렵죠. 특히 서울의 경우, 지방에 비해 물가, 집값, 교통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더욱 힘듭니다. 공무원 임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결정합니다. 세금으로 공무원 임금을 주기 때문에 임금을 쉽게 올릴 수도 없습니다. 야간 업무를 하거나 휴일에 일을 하면 대체 수당을 지급하는데 이 부분도 임금 체계가 약해 민간 기업에 못 따라갑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들의 업무가 더 다양화됐습니다. 옛날에는 민이 관을 찾아와 업무를 봤지만, 요즘에는 찾아가는 민원 같은 서비스도 진행하고, 공과금이나 수도 요금 관련 민원들은 악성 민원도 많이 들어옵니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상, 복지를 올린다 해도 살기 힘들기 때문에 공무원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것입니다.”

  김의승|“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됐어도 공무원이 되기 전에 꿈꿔왔던 것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요즘 젊은 층의 특성과도, 우리 사회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힘든 일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멸사봉공’과는 거리가 있죠. 한창 사회가 커져 나가던 70~80년대에는 민간의 영역이 크지 않아 공직이 계획을 짜고 이끌어 나갔지만, 요즘은 민간이 훨씬 앞서가 있을뿐더러 기술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서 그만큼 공직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죠. 어려워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개인의 행복을 지향하는 특성이 맞물려 젊은 세대 중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이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수|“경쟁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사실 22.8대1이라는 수치는 여전히 험악한 경쟁률이에요. 붙기보단 떨어지기 쉬운 시험이죠. 그래서 2011년에 기록했던 93.3대1이라는 수치가 비정상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 봐요.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공공 부문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기업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고시 준비 이유는 직장 내 갑질이 적고, 안정성이 높으며, 월급이 적어도 연금을 고려하면 생애주기 전체로 봤을 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요즘 사기업에서 ESG 경영을 하며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직에 대한 매력이 감소한 것 같습니다.”

 

신용수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신용수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조기퇴직이 증가하는 이유는

  김의승|“매력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죠. 다만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은 젊은 세대들이 공직만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직업관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겠죠. 이직도 많이 하고 쉽게 떠납니다. 젊은 층이 떠나는 이유는 자기가 애쓰는 것을 조직이 모를 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맞지 않을 때, 스스로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직이 굉장히 중시하며 반복해서 시킬 때, 내가 성장할 기회가 없을 때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일이 힘들고 24시간 내내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 성장하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면 스타트업에 있는 젊은 세대들처럼 기꺼이 함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 차례의 연금 개혁으로 연금이 떨어지고, 임금이 줄어든 것은 분명 아쉽겠죠. 하지만 직접적 원인은 조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조차 없어 성장할 수 없다 느낄 때 그만두는 것이죠. 기성세대들은 일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아니라는 거예요.”

  박정수|“전통적으로 공공 부문은 요약하고, 정리하고, 보고하는 것이 중요했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대한 존중이 떨어졌어요. 장기적인 생애 주기로 보면 묵묵히 참고 일하다 본인이 의사 결정하는 단계에 이를 때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젊은 층은 견딜 수 없는 것이죠. 사기업을 다니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자긍심보다 좌절감이 크게 들어 조기퇴직을 하는 것이죠. 더불어, 부부싸움을 해도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고 얘기할 만큼 정부 탓을 많이 합니다. 이런 민원에 시달리는 것도 조기퇴직의 한 원인이죠.

 

김의승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
김의승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

 

  - 서울형 임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신용수|“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방에 비해 집값과 물가가 높고 교통비가 많이 들어 생활하기 더욱 어렵습니다. 즉, 지방의 공무원들과 서울시 공무원들은 같은 보수를 받고 살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의 사정을 고려한 서울형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신규 직원의 경우, 가정도 꾸리고 결혼도 해야 하므로 임금은 특별히 더 올려야 합니다.”

  김의승|“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지방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서울시 주택·교통과 같이 노동 강도가 높은 직원이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실현되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결국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 스스로가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게 해야겠죠.”

 

  - 악성 민원에 대한 해결책은

  김의승|“최근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서울시에서도 막말하거나 폭행하는 사람들을 대비해 동영상 촬영 장치를 목에 건다든지 통화 내용을 녹음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시행 중입니다. 특히 마음에 상처를 입은 직원을 위해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행정문화의 수준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기에 잘못한 부분은 벌을 주고, 잘한 것은 칭찬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형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수|“모든 사업장에 민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이 많은 곳이 따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세나 인허가 같은 경우 언어폭력이 많이 발생하죠. 예전에는 악성 민원이 와도 공무원이 모두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고소도 하고 적법하게 대응도 해요.”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 공무원 임금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신용수|“공무원 임금은 올리는 것이 맞습니다만, 공무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임금을 만원만 올린다고 하더라도 세수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합니다. 그래서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죠. 최소한 생활을 위해서 물가 상승률만큼은 공무원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수|“확실한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민간 기업의 경우,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내면 그만큼 회사가 돈을 벌기 때문에 보상합니다. 하지만 공직 사회는 아직도 처음 들어온 사람들이 보수와 평가를 모두 낮게 받아요. 보통 연공에 따라 나이 들수록 보수를 더 많이 받죠. 그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에게서 나오고, 세대 간 다른 생각이 조직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성과금이나 성과 보수와 같은 문화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의승|“공무원 봉급은 그 재원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 내부만을 봐서는 안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직에서 더 이상 우수 인재 충원이 어려워질 정도라면 그때는 진지하게 봉급체계 전반을 다시들여다 봐야겠죠.

  젊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임금이 다 똑같다는 부분이에요. 그렇기에 같은 직급 체계 내에서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오세훈 시장님이 창의 행정을 재점화시켰어요. 봉급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행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한 사람한테는 확실하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죠. 현재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시민들의 삶이 크게 개선된다면 최대 500만원까지 포상금을 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임금 수준이 직업 선택을 하는 중요한 요인은 맞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 직업 선택에 있어서 더 중요합니다. 보람을 느끼기 위해선 아직 남아있는 공직사회의 엄격한 조직문화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창의 행정은 그 2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시작하고 있어요.”

 

글|박진우 기자 jin@

사진|염가은·조형준 기자 press@

사진제공 |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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