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원, 잠재적 창업가로 주목

기술 상용화·대학 재정 확보 도와

창업 성과 교원업적 반영률은 감소

 

교원 창업 현황
교원 창업 현황

 

  최근 대학의 역할이 교육과 연구를 넘어 ‘창업’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교원은 높은 수준의 지식과 우수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성공 확률이 높은 잠재적 창업가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1997년 교수의 회사 직원 겸직을 허용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벤처기업법)’을 제정하면서 교수들의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창업에 적용

  교원창업은 교원이 대학·연구기관·실험실 등에서 개발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뜻한다. 초기에는 의과대학이나 생명공학과 교수들이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는 사례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인문·예체능 분야의 창업도 나타나고 있다.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2021 대학 산학협력활동 실태조사 창업부문 보고서(창업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13개 대학 가운데 교원 창업자는 443명, 창업 기업은 418개로 전년 대비 각각 71명, 85개 늘어났다.

  본교 교원이 창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산학협력단 기술사업화센터를 통한 창업과 산학협력단 내부 법인인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법이다. 교원창업을 신청하면 창업심사위원회에서 두 창업 방법 중 하나를 결정한다.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의 경우, 지주회사가 운영하는 투자기관이 창업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다. 반면 기술사업화센터는 투자할 수 없다. 대신 교원창업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양도받고, 시제품 개발이나 글로벌 박람회 참가 지원 등을 돕는다. 산학협력단은 2018년 본교 ‘교원창업에 관한 규정’이 제정된 이후 47개 교원창업 기업이 설립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에서 2개의 본교 교원창업기업이 혁신상을 받았다. ‘ZERC(대표=이헌 교수)’과 ‘큐심플러스(대표=노광석 교수)’가 주인공이다. 지난 2월에는 딥테크 기반 교원창업과 세종시 우수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본교 기술지주회사 세종지사가 설립됐다.

  교원창업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학생창업과 달리, 교수 고유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자신의 연구 성과 및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과 현장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에, 국가 발전과 공익에 직결되는 원천기술 산업화 가능성이 크다. 대학 수익사업에도 도움을 준다. 주식을 양도받거나 투자를 한 기업이 상장에 성공하거나 인수합병을 할 경우 수익이 발생한다. 배태준(한양대 창업융합학과) 교수는 “교원창업은 학생창업의 촉진과 대학원생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지닌다”고 전했다.

 

  교원 겸직 제도에도 부담 여전

  창업 교원은 학생 지도와 연구를 수행하는 ‘교원’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기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다. 벤처기업법 제16조 및 제16조의2는 창업 교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창업 교원 휴·겸직 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해당 제도를 도입한 대학은 늘고 있지만, 아직 절반에 못 미친다. ‘창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휴·겸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 413개 대학 가운데 195곳(47.2%)이었다. 휴직과 겸직의 비율을 살펴보면 겸직이 압도적이다. 같은 해 휴·겸직 교원 941명 가운데 휴직은 4명에 그친다. 창업 초기에는 매출이 거의 없어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휴직을 하면 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휴직 교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대학은 13곳에 불과하다.

  다른 교원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도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휴직 교원은 별도 정원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단과대학 입장에서 창업 교원을 대체할 새로운 교수를 충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겸임교수라도 같은 이유로 책임 수업시수를 감면하기 어렵다. 8년째 기업을 운영하는 모 대학 A 교수는 “공통 교과목을 포함해 매 학기 12학점을 가르치고 있다”며 “초기에는 모든 회의에 대표이사 참여가 요구되는데, 강의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본교는 창업 교원의 겸임 허용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창업 휴직 관련 규정은 없다. 본교 산학협력단 기술사업화센터 고용호 주임은 “교수님들의 건의가 있긴 하지만, 교내 구성원의 전반적인 동의가 필요하기에 반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책임시수 감면에 대해서도 “창업 교원이 빠지는 수업시수만큼 외부 강사를 도입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 등의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수업 질적인 측면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성과의 교원 업적평가 반영 여부도 교원이 창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원 업적평가는 교수의 승진·재임용·정년 보장 등을 결정한다. 김경환 원장은 “SCI, SSCI급 논문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가 학교 서열평가에 영향을 주다 보니 교원 업적평가에서 논문을 중요시한다”며 “업적평가가 더욱 다양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정교수 이전까지 승진을 위한 논문 업적에 신경 쓰느라 창업을 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2019년 교육부가 발행한 ‘대학 창업 운영 매뉴얼’에는 “교원창업 및 지도학생 창업지원성과를 누적으로 반영하고, 승진 및 재임용에 있어 창업 점수로 연구 실적을 대체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창업 성과를 교원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학교는 지난해 138개교(33.4%)로 오히려 전년에 비해 5개교 감소했다. 본교 역시 교원 업적평가에 창업 성과가 반영되는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본교 ‘교원업적평가 규정’에 ‘창업’이란 단어를 검색한 결과, 관련 항목이 발견되지 않았다. 고용호 주임은 “현재 교무처와 함께 창업 관련 항목을 어떻게 체계화할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기술자문 역할 강화 주장도

  전문가들은 교원창업 활성화를 위해 보다 과감한 제도 개선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18년 ‘제2차 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업 친화적 인사제도 도입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대학은 교원창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들을 내놨다. 한양대는 2022년 중소기업벤처부가 선정한 ‘창업중심대학’이다. 2017년 산학협력이나 기술창업의 목적으로도 수업을 면제해 주는 ‘창업산학 연구년’ 제도를 도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경우 교원이 창업 겸직을 할 때, 책임강의 시간을 감면해 주는 대신 보수를 조정하는 ‘수업시수 선택권’ 제도를 시행한다. 지난해 5월 교원 전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통해 개정됐다. UNIST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수업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이해관계 충돌을 해소하고자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며 “조정된 금액이 소속 학과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성과를 교원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강원대는 지난해 ‘강원권 창업중심대학’에 선정됐다. 평가 항목 기준도 세부적이다. 강원대 산학협력단 최세훈 팀장은 “기업 창업, 창업 이후 경영 유지, 창업 동아리 활동지도 등 관련 항목을 나누고 있다”며 “창업 기업의 연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을 달성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한 경우, 해당 항목 점수의 5배까지 가산점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벤처캐피털’ 중심의 교원 창업모델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석관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작성한 ‘한국과 미국의 교수창업 제도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창업 교원의 대부분은 자문이나 컨설턴트 등 ‘비상임직’을 맡는다. 창업 활동의 책임이 이사회나 전문 경영인에게 있어 창업 교원의 연구와 교육의 부담이 적다. 연쇄적인 창업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한국의 창업 교원은 대부분 CEO(최고경영자)이기에 창업 활동의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있으며 연구와 교육의 부담도 크다. 김경환 원장은 “교원이 모든 위험을 지기보다는 CTO(최고기술경영자)로 참여하고, 자금 조달이나 마케팅 등은 전문 경영인이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글 | 조경준 기자 junalist@

일러스트 | 김성민 기자 meenyminym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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