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어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클라이언트들과의 회의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사고를 새로 구성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눈앞에 닥친 상황에 맞춰 철학이나 심리학, 경제학의 개념을 떠올려 보았을 뿐이다.” 아마규치 슈의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보라는 뜻의 단어 ‘idiot’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고대 아테네 페리클레스 시대의 사회상에서 유래했다. 정치참여가 중대한 가치로 여겨진 만큼 당대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전성기로 평가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21세기 이후엔 정치적 무관심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제기됐다.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한계는 중우정치로의 변질이다. 변질의 위험을 인지한 현대인들은 ‘선동당하는 대중’이 되길 두려워하며, 몇몇 커뮤니티는 선동당하는 대중을 ‘개돼지’라 조롱한다. 정치를 잘 모르면서 참여하기는 꽤 찝찝하다.

  해결은 간단하다. 정치를 알고 정치에 참여하면 된다. 이 쉬운 논증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나, 현실에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위의 논증이 정치를 알기까지의 과정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강의 중 특정 세력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는 교수들을 본 적이 있다. 팩트만을 전한다던 유튜브 채널 역시 편향된 정보를 쏟고 여론을 기울이는 데 노력을 들이고 있었다. 변형된 프로파간다 사이에서 사실만을 듣고 기준을 세워 입장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개돼지가 되기 싫다고 해서 idiot이 되겠는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알기를 멈춰선 안 된다.

  야마구치 슈는 그의 저서에서 철학 개념을 쉽게 풀어내 지혜를 전한다. 이는 다양한 사회현상의 원인을 찾고 결과를 볼 수 있게 돕는다. 우리는 지식을 다른 분야에서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같은 사건을 봐도 그것을 다르게 분석해 주관을 갖는 것이 idiot도 개돼지도 아닌 민중의 정치참여이기 때문이다. 41장 ‘생각은 아웃소싱할 수 없다’에서는 Cogito, ergo sum을 해석하며 스스로 생각해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제는 주체적 사고의 중요성을 정치 공부에 가져와야 할 때다.

 

심미주(자전 경영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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