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생인 한 후배가 “진로 고민을 할 때 ‘네가 좋아하는 걸 생각해 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비가 내리는 밤, 노래 들으면서 버스를 오래오래 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흔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삼을 수만 있어도 인생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현재 글쓰기가 본업은 아니다. 다른 삶을 살고 싶어 직업을 바꿨다.

  첫 직장을 그만둘 때 정말 두려웠다. 퇴직하고 얼마 뒤 나에게 글을 못 쓴다고 혼을 내던 사수가 연재 글을 써보라며 일거리를 주었다. 딱 용돈 수준이었는데, 퇴직금이 거의 바닥나자 이번에는 다른 선배가 모 대학의 영재교육원에서 중학생에게 글쓰기 수업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부모님께 나의 비참함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업종으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나는 플랜B였던 회사에 입사했다. 주말에는 영재교육원에서 중학생에게 글쓰기를 계속 가르쳤다.

  어느 날은 이과대 후배에게서 작가가 되고 싶은데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몇 차례 글을 써오고 퇴고를 해주자, 그녀는 “글솜씨가 늘어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처럼 글쓰기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나에게 삶의 희망과 기쁨을 안겨줬다.

  후배의 글솜씨가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폭넓은 인생을 경험한다면 분명 멋진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나는 벤처회사에서 연구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회사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그 안에서 나와 동료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 부서에서 나는 후배들에게 하나의 롤 모델이 되리라 다짐하며, 후배들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팀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때문인지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즐겁고, 사적인 시간에 쓰는 글쓰기는 그 자체로 즐겁다.

  그러므로 직업이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자신의 경제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적극 권장한다. 꼭 자신이 어릴 때부터 꿈꾸어 왔거나 그것만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아니더라도 용기를 가져라. 다만 자신이 가장 하고 싶고 잘하는 일에 대한 끈을 놓진 마라. 그러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不純分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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