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거대 양당이 서로 ‘정적 죽이기’에 몰두하면서 국정 운영이 멈췄다. 민생을 외면하는 극단 대립 정치의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자발적 정치깡패가 된 지지자들 - 곽민기(정경대 정외21)

  우리의 정치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라는 말이 더 이상 놀라운 수식어로 들리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다.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같은 날 상정돼 가결되다니. 대한민국에 협치와 화합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양당의 정치인들은 참 효과적인 정무 활동을 한 셈이다.

  정치인의 언행은 결국 지지자의 성향에 의해 구성된다. 민중은 화합을 선호하지만, 정당들이 서로 극단으로 향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면 정당과 정치인들의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팬덤’들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순간 그의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으로 난입을 시도했다.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자 민주당 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를 던졌다고 추정되는 의원들에게 살해 예고를 한 사람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법적 판단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민주주의 수호’를 얘기했을 그들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씁쓸하다.

  현대의 지지자 중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맹신을 기폭제로 삼아 ‘자발적 정치깡패’가 돼간다. ‘X사모’, ‘대깨X’, ‘X빠’라고 자칭하는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신격화하고, 다른 정치인의 팬덤을 배척하고자 한다. 정작 자신들의 모습이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숭배와 배척은 스스로 그토록 부르짖는 민주주의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라는 점을 애써 부정하면서 말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이 이익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내리며 더 나은 의견이 있으면 설득될 것이라는 당연한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과 토론이 아니라 맹종에 기초한 ‘자발적 정치깡패’들이 정당 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정당의 민주적 절차는 무너지고, 양당의 지도부들은 지지자들의 배척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극단적으로 행동하려 들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가 이토록 극단화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양 당의 지도부 모두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명분으로 ‘자발적 정치깡패’들을 구성했고, 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극단주의자가 되는 걸 망설이지 않았고, 지금도 팬덤의 지지가 그들의 가장 강한 기반인 셈이니까. 지지자들은 왜곡된 민주주의가 낳은 피해자이자 민주주의를 더욱 망친 가해자인 셈이다.

 

  잘못 그어진 정치균열 - 한호준(정경대 정외22)

  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사회 균열은 중요한 요소다. 사회 균열은 어떤 의제가 주요 의제가 될지, 어떻게 정당이 조직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회 균열은 사회에 선을 긋는다. 이렇게 그어진 선으로 나뉜 그룹에서 정당이 만들어지고, 그 선에서 정치 의제가 결정된다. 이러한 사회 균열의 작용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다. 역사에서 이뤄진 수많은 발전의 중심에는 항상 균열이 있었고, 정치권이 그 균열에 성공적으로 반응하며 사회는 진보해 왔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선 사회의 균열이 그렇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균열에 매몰된 나머지 정치가 해야 할 일들은 뒷전으로 두고 있다.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 균열의 선이 사회 균열의 선과 동떨어진 상태로, 너무 강력하게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 역사엔 항상 강력한 선들이 존재했다. 해방 이후에는 반공의 선이, 민주화 이후에는 지역갈등의 선이 강력한 존재감을 행사했다. 이렇게 그어진 강력한 선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균열의 선들을 묻어버린다. 때문에 정치권은 강력한 선에 의해서만 조직됐고, 이는 다른 사회 균열의 선들이 정치권에서 작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한국 정당은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지 못하고 좌우, 영호남과 같은 선만으로 갈라졌다. 양극으로 나뉜 정치권은 현대 사회에서 등장하는 환경인권과 같은 다양한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을 포괄하지 못하고, 정치권에 진입하지 못한 의제들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최근 정치권은 인물이라는 새로운 균열에 매몰돼 가는 모습을 보인다. 양당은 각자 정치 스타를 내세우고, 상대 인물을 비판한다. 정당은 상대 인물 개인을 비판하는 데만 주력하고,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한 의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물 중심 정치는 과거의 이념 중심, 지역 중심 정치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한다. 과거 잘못된 균열의 발생이 많은 부작용을 만들었던 것처럼, 현재의 인물 중심 정치도 마찬가지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 정치는 다시는 과거처럼 얻을 것이 없는 균열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현재 인물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정당의 모습으로는 절대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포괄할 수 없다. 점점 다양한 가치들이 등장하는 현재, 정치권 역시 다원화된 사회의 균열에 맞춰 다양하게 조직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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