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후 기자
박지후 기자

 

  2주 전 ‘혐오표현 규제’ 관련 취재를 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수 있는 언어 표현 등에 대해 배웠다. 혐오표현은 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소수자는 누구인지 등 범주 자체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권에서 관련 소식이 들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이에서 생긴 에피소드다.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4일 이준석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를 찾았다. 인 위원장의 당내 통합 시도의 일환이었다. 돌아온 건 차가운 면박이었다. 그 면박은 평소와 달랐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고 칭하며 영어로 응대했다. 이어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달라” 등을 모두 ‘영어로’ 말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호남 태생이며 4대째 한국에서 교육의료에 헌신한 집안 출신이다.

  이후 이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주장, 단순한 착각이었다는 주장, 평소 인종차별에 관심도 없다가 단순히 이준석을 비난하기 위해 보수적인 의원들이 PC주의자로 변했다는 주장 등이 쏟아졌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인종차별적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지만, 최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등 혐오성 표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규제의 찬반과 무관하게 이번 발언이 면대면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중요해 보인다. 인요한 위원장은 “영어를 해 엄청 섭섭했다”며 “‘너는 외국인이야’ 이런 식으로 취급하니 힘들었다”고 당시의 감정을 밝혔다.

  이번 사건이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의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적 언사였던 것인지, 그가 인요한 위원장의 제1 언어에 대해 무지했던 것인지는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정치인은 여러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 새로운 정치를 도모한다며 사람 사이의 기본적 예의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은 이 대표의 실점이다. 특히 그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라는 식의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비단 이 전 대표만의 문제는 아니다. 막말과 망언은 정치인의 단골 논란거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 품격 있는 언어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박지후 기자 f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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