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초등학생들의 수학 문제를 풀어준다. 내가 6월 말쯤부터 시작한 일이다. 당시 나는 지쳐있었다. 다른 사람의 추천서까지 받아 가며 남들이 좋다고 하는 회사를 여러 곳 지원했지만,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처음엔 남들이 어디로 간다더라, 어디 취업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저 부러웠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혹시 내가 별 쓸모없는 사람은 아닐까?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엄청난 운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나는 “쓸모 있고 싶어서” 초등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오픈카톡방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가장 만만했다. 중등수학만 되어도 내가 못 푸는 문제들이 나올 것이고, 그렇다고 다른 과목을 가르쳐주자니 내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처음엔 조금 걱정도 되었다. 뉴스에서 흉악한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한 탓일 거다. 물론 익명의 그들이 나를 찾아 위해를 가할 일은 없겠지만, 그들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걱정되었다.

  아주 다행히 그런 내 생각은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편협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내 오픈카톡방에 문제를 의뢰한 초등학생은 25명 정도인데, 흉악하다고 느껴질 만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어디까지 풀다가 막혔다, 이건 처음부터 모르겠다는 둥 귀여운 설명을 늘어놓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내가 설명을 잘해준다며 단골이 된 아이도 있다. 간혹 아무 말 없이 문제만 딱 올려놓고 풀이를 보내주자 그대로 방을 나가버리는,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때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닌가 싶은 때는 있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초등학생 사회에서는 틀린 일이 아닐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그걸 고쳐나가겠지’ 하며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의 문제를 풀어주며 생각보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편히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크게 느낀다. 좋든 싫든, 나이를 먹어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된 입장에서 아이들을 어떠한 식으로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모 있는 사람이란 좋은 곳에 취업해서 많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올바르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쓸모 있는 사람”을 스스로 재정의해 본다.

 

<탕비실쌀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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