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대도시는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헤이그, 로테르담이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을 제외하고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도시는 단연 ‘헤이그’일 것이다. 네덜란드어로 ‘덴 하그’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헤이그 특사’로 잘 알려져 있다.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네덜란드 헤이그에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국가의 대사관과 평화궁, 국제사법재판소,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 등 국제 정치 관련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때문인지, 내가 파견된 레이던 대학교에서도 국제 정치와 관련된 수업들은 헤이그 캠퍼스에서 이뤄진다. 이런 모습을 가진 헤이그를 돌아다니다 보니 국제 정치 기구들이 수도 암스테르담이 아닌 헤이그에 자리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가 국제 정치의 중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헤이그는 13세기 궁전이 들어서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16세기 총독 빌럼 1세가 헤이그를 수도로 지명했고 이어 17세기 시청사로 쓰이는 비넨호프가 조성되며 네덜란드 정치 중심도시가 됐다. 이에 따라 헤이그는 네덜란드가 최대의 해상 무역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국제 협상 및 외교 중심지로 활약하게 됐다. 1814년 이후로 네덜란드 수도는 암스테르담이 됐지만 20세기 헤이그에 네덜란드 중앙 정부를 다시 유치하며 지금까지도 행정수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

  헤이그는 매년 9월 ‘The Hague International Open Day’를 개최해 민간인들이 평소에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던 국제기구를 관람하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국제 정치에 대한 민간인들의 관심을 고양하고 국제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제 정치의 수도라는 헤이그의 정체성을 확립, 홍보하고 있다.

  유럽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중 네덜란드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헤이그의 국제성을 느끼러 와보는 것도 여행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줄 것 같다.

 

서영은(문과대 사학21)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