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계획 세우기 어려워

실제 소비 관련 교육 부족

입시와 무관해 외면받기도

 

청년 투자자가 증권종목 차트를 보고 있다. ※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청년 투자자가 증권종목 차트를 보고 있다. ※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자본 시장의 변동성 증가와 투자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해 청년 투자가 늘어났다. 투자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청년들은 투자 실패, 개인 회생 증가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금융 문맹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금융 문맹을 해결하기 위해선 바람직한 소비와 투자 방법을 교육해야 하지만, 생활 금융에 대한 정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간 은행과의 협업, 금융 교과목 신설 등 여러 대응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금융 투자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2022)’에 따르면 10~30대 주식투자자 비중은 2019년 21%에서 1년 사이에 43%로 증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수민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동안 전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컸기에 이를 투자 기회로 본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청년 세대는 노동으로 얻는 소득이 높지 않아 자본소득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어준경(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에서 나오는 소득이 있고 자본에서 나오는 소득이 있는데, 코로나19 기간에 자본소득이 무척 올랐다”며 “청년 입장에선 자신의 월급이 하찮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위험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원인은 부모 세대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근로소득의 축적’을 통한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며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합리적 평가의 결여 역시 복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함부로 위험자산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어준경 교수는 “젊었을 때 리스크를 짊어진 투자를 하는 것은 좋지만 보상 없이 위험만 떠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청년 세대의 자본 시장 유입은 증가했지만, 개인 회생도 증가했다.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회생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2022)’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청년의 개인회생신청 비중은 46.6%로 2021년 대비 1.5%P 상승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전략투자팀 부장은 “코인을 비롯한 새로운 금융상품은 기성세대보다 청년 세대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며 “청년층 개인 회생 급증은 청년 세대가 저금리 상황에서 부채를 활용해 투자에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박종원 교수 역시 “청년층 개인 파산의 주요 원인은 ‘빚투(빚내서 투자)’의 위험성을 모른 채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청년 세대는 투자할 때 비전문적인 정보를 주로 참고하기도 한다. 이지윤(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층이 투자 결정 시 참고하는 투자 카페나 리딩방은 아이디어 공유를 공유할 수 있지만 공인된 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준(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공식적인 경로로 제공되는 정보는 자극적이라 투자 심리를 조장할 수 있으며 검증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 시장에서 청년 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는 금융 문맹이다. 금융 문맹은 금융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의미한다. 강민욱(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문맹은 지식은 있지만 자신의 투자 성향을 모르는 사람과 아예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자신감이 과해 정보를 잘못 해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금융 교육은 부족한 상황이다. 박종원 교수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부채 사용과 합리적인 위험자산 투자의 위험성 평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면 청년 세대의 빚투 열풍과 이에 따른 개인파산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 계층에게 더 중요한 교육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교수의 말은 금융을 잘 모르는 사람이 현대 사회에서 겪는 불편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들은 금융 문맹으로 인해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준경 교수는 “자산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며 “20대에 100만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50·60대에 100만원을 활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수민 연구원은 “사회생활 2년 차인데 아는 게 없는 상태로 돈을 어떻게 모으고 써야 할지 선택해야 해서 어렵다”며 “월급을 받으면 경제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교육을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를 잘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소비 계획과 재무 계획까지 폭넓게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재무 계획엔 △자산의 배분 △보험 선택 △집 구매 계획 △노후 대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실생활과 관련된 금융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은 부족한 상태다. 임수안(보과대 보건환경21) 씨는 “전세나 월세, 보험 등을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며 “중학생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성인이 됐을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취약 계층은 금융 교육이 더 필요하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금융 문맹으로 인한 가난의 굴레가 지속되지 않기 위해선 취약 계층 대상 금융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진행한 2022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노령층과 저소득층, 저학력층의 금융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금융 교육의 기회가 적은 취약 계층은 장기적인 소비 계획이나 재무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장기적인 소비지출 및 재무관리 능력이 미비한 취약계층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놓인다”며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이해력 테스트.
금융 이해력 테스트.

 

  실효성 없는 금융 교육

  현재 금융 교육은 공공기관과 민간 은행에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대학 입시가 중요해진 중·고등학교에선 금융 교육이 외면받고 있다. 강민욱 교수는 “예전보다 금융이나 경제 교육이 강조되지만, 대학 진학과 관련이 없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NCIC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에 따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엔 중학교 일반사회 영역 중 경제 관련 교과목은 ‘경제생활과 선택’, ‘시장경제와 가격’, ‘국민경제와 국제 거래’다. 하지만 자산과 신용 관리가 주 내용인 ‘경제생활과 선택’ 과목을 제외하면 교과 내용은 금융 상품 소비보다는 거시경제 지표의 계산 과정을 다루고 있다. 곽세홍(경영대 경영22) 씨는 “경제 과목이 있긴 하지만, 금융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인지 부장은 “예·적금이 아닌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 투자가 일반화된 현실에서 생활 금융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금융상품의 수익 구조와 위험 관리 방법론이 교육과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일반 선택 교과에 ‘경제’, 국제 계열 전문 교과에 ‘국제 경제’가 개설돼 있지만, 실생활에서의 금융 소비에 관한 내용은 부족하다. 황용빈(정경대 행정20) 씨는 “고등학교 때 미시·거시·국제 경제학을 들었지만, 실생활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학에서도 똑같다”고 전했다. 이도현(사범대 교육23) 씨는 “연금이나 보험, 주식이나 펀드 같은 실제 금융 상품을 이용해 경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수업이 개설되기 위해선 고교에 중등학교 정교사 일반사회 자격증을 갖춘 선생님과 15명 이상의 과목 선택 학생이 필요하다. 이미영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경제·금융 교과는 수업 내용도 난도가 높아 수업할 수 있는 선생님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조건을 충족하는 학교가 적다 보니 여러 학교에서 수업 개설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한곳으로 모으거나, 외부 선생님을 초빙해 수업을 진행한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 ‘경제’ 교과에서도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항은 1개에 불과했다. 고등학교에선 경제·금융 관련 교과가 필수가 아니다 보니 점수를 받기 어려운 경제 교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기도 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자 48만6828명 중 ‘경제’ 교과를 선택한 인원은 1.3%였다. 강연수(사범대 교육23) 씨는 “단순히 경제 관련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없다기보단 다른 탐구 과목보다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경제 기피를 막기 위한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현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 과정 고등학교 융합 선택 교과로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했다. ‘금융과 경제생활’은 기존 이론 중심 경제 교육에서 벗어나 △예산 수립 점검·평가 △저축과 투자 상품 이해 △금융 사기 예방 △신용과 위험 관리 등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박종원 교수는 “‘금융과 경제생활’은 선택 교과라 학교별 개설 여부가 미지수이며 수능 과목도 아니라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 윤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교과목이 중등 정규 교과과정에 필수과목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글 | 장우혁·이경준 기자 press@

사진 | 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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