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45분, 2교시가 끝나고 굶주려 있던 학우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다. 개운사길, 참살이길, 옆살이길, 멀게는 정문 앞까지 학생들은 좀비 떼처럼 몰려 나가지만 유독 한산한 길이 있다. 고려대역 3번 출구로 나와 회기로로 들어서면 대로변 옆으로 작은 식당들이 꽤 많이 들어서 있다. 제대로 된 타이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통유리 문을 열고 ‘근처식당’으로 들어가 보자.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한 흰색 벽과 벽돌 기둥, 목제 식탁이 우릴 반긴다. 파스타를 판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내부다. 한 페이지에 요리가 전부 담겨있는 메뉴판에는 마라 쌀국수, 타이완 누들, 돼지등갈비를 튀긴 베트남식 요리인 승란 등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메뉴들과 우리에게 친숙한 팟타이, 분짜, 팟퐁커리 등의 메뉴들이 공존한다. 따로 베스트 메뉴가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근처식당의 타이완 누들은 가히 안암의 어떤 면요리보다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만5000원의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얇고 납작한 면과 어우러지는 불향을 입힌 진한 돼지고기 육수, 목이버섯, 청경채는 우리에게 익숙한 베트남식 쌀국수와는 전혀 다른 신선함을 선사한다.

  여름철에 뜨거운 국물이 부담스럽다면 근처식당의 분짜는 최고의 선택지일 것이다. 쌀국수면, 돼지고기, 신선한 채소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비벼 먹는 냉쌀국수는 텁텁한 입안에 상큼함과 푸짐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넓은 접시에 한가득 채워져 나와 따로 덜어서 비벼 먹지 않는 이상 접시 밖으로 넘칠 위험이 있는 푸짐한 양이며 너무 시큼하지도, 달기만 하지도 않은 최선의 밸런스를 지닌 소스와 양손으로 집어도 모자랄 양의 돼지고기를 아삭한 채소와 함께 먹는 경험은 미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면 근처식당과 공동 운영되는 바로 옆 카페 ‘지금, 여기, 동남아’가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상호에 걸맞게 피나콜라다, 땡모반, 블랙 코코넛 라테 등 트로피컬한 음료들이 있으며 고수 크림치즈 베이글 같은 특색있는 디저트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코코넛 라테 아인슈페너는 커피 위에 진한 코코넛 크림이 올라가 정말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이다. 또한 근처식당에서 식사한다면 아메리카노가 50% 할인된다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점심시간 안암 식당가의 웨이팅과 반복되는 메뉴에 지쳤다면 고개를 돌려 근처식당을 바라보는 게 어떨까.

 

전세현(정경대 통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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