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를 보다', 리베르스쿨 인문사회 연구회
'서양미술사를 보다', 리베르스쿨 인문사회 연구회

 

  학교 도서관에서 명작품들의 사진과 설명이 많이 실려 있는 미술 서적을 찾다가 이 책을 대출했다. 작고 네모반듯하게 작품 사진들이 수록된 교재나 다른 미술사 서적들과는 달리 한 페이지를 전부 채운 작품들과 배경을 지워 깔끔하게 보이는 조각상들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작품의 비화나 소재들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정보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미켈란젤로의 생애였다. 미켈란젤로가 회화에 뜻이 없었으며 시스티나 천장화 작업을 거부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켈란젤로가 이토록 교황을 싫어하는지는 몰랐다. 어느 날 미켈란젤로는 그의 작업이 잘 되고 있었는지 궁금해 몰래 성당 아래로 들어선 교황의 머리 위로 판자를 던졌고, 판자에 맞지는 않았지만 교황의 후환이 두려워 피렌체로 잠시 도피하였다고 한다.

  프레스코화가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미켈란젤로는 조각에서는 단연 으뜸가는 수재였다. ‘다비드’에서 단호하게 몸을 옆으로 돌려 골리앗을 응시하는 자세와 긴장한 얼굴 표정은 다비드의 감정에 절로 이입되게 한다. 인체 비례에 맞지 않게 큰 얼굴과 두 손은 다비드의 긴장감과 투지를 강조한다.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미완성작인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보니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던 미켈란젤로의 ‘노예 연작’이 생각났다. 돌덩이에 신체의 일부만 표현되어 있는 이 작품을 미완성품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노예를 갇혀 있는 존재로 표현하고자 돌에 가뒀다는 견해도 생각났다. 미켈란젤로에게 ‘론다니니의 피에타’ 란 미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감정을 충실히 드러내었던 작품이 아닐까?

  작품들의 세부적인 설명들과 큰 그림들은 여러 작품 도록을 보는 것만 같았다. 보지 못한 부분들까지도 크고 생생하게 나타내 극적인 작품을 더욱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로크의 거장 카라바조의 작품 중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에서 목이 잘리며 유디트를 쳐다보는 홀로페르네스의 표정과 그를 경멸하는 듯 바라보는 유디트는 서로 대비된다. 고통받는 홀로페르네스의 표정은 연극의 장면 같아 1학기에 본 연극들을 다시 상기시켰다. 시대별 미술 작품들이 자세히 실려 있다는 말로 로코코의 미술 작품들을 유달리 좋아하는 내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했고,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에 실린 작품들의 내용을 기대해 본다.

 

전성원(디자인조형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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