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지원자 46.8% 교차지원

“성향·진로 중심으로 고민해야”

2028년부턴 교차지원 없어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문·이과 통합 시험이 치러지면서 ‘교차지원’이 성행하고 있다. 교차지원은 대입 과정에서 이과 수험생들이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진학하거나 문과 수험생들이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 수능 체제가 굳어진 뒤 여러 대학이 문과 학생의 교차지원을 제한하면서 현재는 주로 이과 학생들이 교차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문·이과 성적이 함께 산출되면 이과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로 인문사회계열에 지원할 수 있다. 

 

 

  진학사에 따르면 2022학년도 고려대 인문사회계열 지원자의 교차지원 비율은 50.4%였으며 지난해는 46.8%에 달했다. 통계학과에 교차지원으로 입학한 23학번 A씨는 “컴퓨터를 전공하고 싶었으나 수능 성적에 따라 교차지원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학과에 교차지원한 23학번 B씨는 “과거 지구환경과학과를 희망했지만 문과적인 성향이 강해 학교 생활에 전체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입학 학과에서 뜻하지 않은 흥미와 진로를 찾기도 한다. A씨는 “수학을 많이 사용하는 통계학과와 잘 맞아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제학과로 교차지원한 C씨는 “고3 때까진 전자 계열 기업에 취업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로스쿨, CPA, 행정고시 중 하나를 생각 중”이라 전했다.

  원하지 않는 학과에 입학해 적응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고교시절 이과였던 김의겸(문과대 한국사23) 씨는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희망했으나 고려대 한국사학과로 교차지원을 선택했다. 김 씨는 “지금은 한국사학과를 졸업했을 때 원하는 진로가 없어 교차지원 결정을 후회한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합격했던 타대학 전기전자공학과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의예과를 지망했던 박주현(경영대 경영23) 씨는 “논리적인 과목을 좋아하는데 경영학과는 영어 수업과 암기 위주의 공부가 많아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대학 컴퓨터공학과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고려대 경제학과로 교차지원한 D씨는 “이과 학생들과 문과 학생들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의 진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학생들에게 적성을 제일 먼저 생각해 보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D씨는  “교차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의 진로가 적성에 맞는지 꼭 생각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려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은 교차지원이 없던 2020년 1.9%(320명)에서 지난해 2.5%(411명)로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유웨이의 조사에선 교차지원생의 14.8%가 ‘반수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1일 교육부는 2023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발표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전형을 운영한 대학에 지원금 평가에서 최대 10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이 문과 학생의 이공계열 교차지원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고려대는 2025학년도부터 모든 모집단위에서 수학 영역에서의 선택과목 제한을 풀 예정이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2025학년도부터 모든 모집단위에 선택과목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10월 9일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통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028학년도 수능에선 응시자가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 동일한 시험을 치른다.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며 2028년부터 교차지원 입학생도 없어진다.

 

글 | 윤태욱 기자 yoonvely@

인포그래픽 | 이예리 기자 yea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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