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방식 바뀌며 흐려진 취지

“집행 지연 지적하기 어려워”

운영 효율·실효성 간 균형 찾아야

 

학생참여예산제도의 대상인 과학도서관 앞 흡연부스 설치는 2달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학생참여예산제도의 대상인 과학도서관 앞 흡연부스 설치는 2달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제53대 서울총학생회(회장=박성근, 서울총학) ‘새솔’은 학생참여예산을 활용해 흡연부스 설치, 중앙광장지하 및 하나스퀘어 열람실 공기청정기 설치 사업을 추진했다. 공기청정기는 유관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열람실마다 문제없이 배치됐으나, 흡연부스는 설치 확정 후에도 두 달간 집행이 미뤄졌다. 

 

  집행기구, 비대위 체제 이후 사라져

  학생참여예산제도는 학생이 학교 예산 중 일정 규모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갖고 사업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이 사업 내용을 제안하면 학교가 구매나 용역계약 등 규정에 따라 예산을 집행한다.

  본 제도는 학생들의 재정운용권한을 늘리기 위해 2019년 6월 도입됐다. 당시 제51대 서울총학생회였던 ‘SYNERGY(회장=김가영)’가 ‘학생참여예산제도 특별위원회’를 모집·인준했으며 특별위원회는 2020년 학생참여예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범 공모하고 자체적으로 이행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러나 SYNERGY의 탄핵안이 발의되고 제52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선거가 무산되며 구체적인 예산안 작성과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고, 집행기구 역시 2019년 이후 사라졌다. 이용재 전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참여예산 관련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참여예산 집행에 관한 논의는 지난해 중앙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진행됐다. 이용재 전 위원장은 “5월 이후로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학생참여예산 사용을 논의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며 “여러 안을 마련해 학교에 전달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반 학생 의견 수렴해야

  새솔 역시 흡연부스 설치, 지하 공기청정기 설치 등 학생참여예산을 사용한 사업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승민 권리복지국장은 “간접흡연 피해 방지가 학생사회의 오랜 요청사항이었기에 추진이 적절하다 생각했다”며 “학생회 예산만으로 흡연부스 설치 및 공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학생참여예산제도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로 학생참여예산제도 특별위원회가 사라지며 일반 학생들의 의견 수합은 시행되지 않았다. 김효현 학생지원처 주임은 “학생참여예산은 일반 학생이 아닌 총학생회의 요청을 통해 매년 1억원 한도 내에서 추진된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적기에 학생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고려대 학생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다. 태서연(문과대 철학23) 씨는 “학생참여예산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연계해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초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의 사업안을 받고 있다. 연세대 대학혁신지원사업단 박소영 대리는 “처음엔 학생들에게 간단한 아이디어를 받고, 참여예산집행기구가 선발된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한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지난해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동국참여예산제도’를 운영했다. 이석원(문과대 사회23) 씨는 “학생 의견을 공모받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며 “홍보만 잘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참여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주체에 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김효현 주임은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주체가 학생 자치기구여야 할지, 학교가 돼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청과 집행 정례화 필요

  9월 말 공사 완료를 목표했던 과학도서관 앞 흡연부스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예산안의 제출 시점과 심의 기간 등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간도 없어 신청과 집행이 늦어져도 학생들이 이를 지적·개선하긴 어렵다. 이용재 전 위원장은 “학교가 복지, 시설 등 사업의 큰 분야별로 추진 가능성과 범위를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세종캠퍼스에는 학생참여예산제도가 없다. 학교 측은 현재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예산 관련 위원회에 학생위원이 포함되어 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팀 직원 정하림 씨는 “제도 개선을 해달라는 의견이 나온다면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김민준(공정대 통일외교23) 씨는 “학생회 밖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 | 도한세·정혜원 기자 press@

사진 | 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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