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모임으로 주체성 확보

자립준비청년 지원 확대 실감

“자립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조현수 아디주 대표는 “일상에서 은은한 편견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수 아디주 대표는 “일상에서 은은한 편견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립준비청년들도 있다. 또래보다 부족한 사회적 지지 속 세상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다른 자립준비청년과의 만남은 심리·정서적 안정에도, 생활에 필요한 정보 교환에도 효과적이다. 2022년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아디주’를 만들어 자조 모임과 멘토링을 시작한 조현수 대표는 “자립준비청년들이 개인으로 있을 땐 지원 정책의 수혜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아도 모임을 만들고 서로의 자립에 도움을 주다 보면 직접 가치 생산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 유년기 경험은 어땠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입소했고 보호연장을 받아 2021년 만 24세까지 공동생활가정에 서 지냈습니다. 입소할 당시엔 신체·정신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좋은 선생님들께 보살핌받으며 청소년기를 잘 보낼 수 있었어요. 의식주가 갖춰진 환경에서 선생님들께 격려도 받고, 장학금 사업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지원을 활용해 크고 작은 성취 경험을 쌓은 것이 긍정적으로 자라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 돕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 환경에 영향을 받다 보니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실제로 시설에서 퇴소한 친구 중 상당수가 사회 복지나 상담 쪽을 전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는 보호연장을 신청 해 시설의 도움을 더 받았습니다.”

 

  -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차별을 느낀 적이 있었나

  “매스컴을 통해 접하시는 것처럼 자극적인 차별을 겪은 적은 없었어요. 다만 일상에 서 은은한 편견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릴 때만 해도 ‘고아’라는 말을 쉽게 들었었고, 조금 더 자라서는 군대 문제가 있었어요. 보호대상아동들은 대부분 면제 대상이에요. 그럼 ‘왜 면제받았냐’는 질문을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공유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 거죠.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건 쉽지 않지만,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에겐 아직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최근엔 결혼을 앞두고 문제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결혼하면 예식장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자리에 누가 앉을지, 내 상황을 상대방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 드릴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그래도 요즘 결혼과 가족제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고, 다양한 상황에 처한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고 있으니 이 부분은 차차 해결되지 않을까요?”

 

  - ‘아디주’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사회복지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2022년 퇴소 후 독일 유학을 준비했는데 사정이 생 겨 좌절됐어요. 모아둔 돈을 급하게 쓰다 보니 당장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했고, 전반적인 삶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소 1년 만에 큰 위기를 겪다 보니 정말 막막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이용 할 수 있는 지원 사업들을 알아보던 중 다른 자립준비청년 분들을 많이 만나며 서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당사자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디주는 독일어로 ‘당신을 향하여(Auf dich zu)’의 줄임말이에요. 약간의 한풀이 삼아 독일어로 지었어요. 각자의 어려움으로 모였지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자립을 완성해가고 싶다는 뜻에서 이렇게 작명했습니다.

  시작은 대표인 저와 부대표인 대학 후배 둘뿐이었습니다. 부대표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는 아니에요. 대학 때 학생회 활동을 함께하며 제 삶을 깊이 이해하게 돼 같이 시작했고, 지금은 6명이 운영하고 있어요. 모임을 하며 알게 된 청년들은 전국적으로 60~70명 됩니다.”

 

  - 자립준비청년 모임의 역할과 필요성은

  “일차적으론 정기적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돼요. 사회에 나가면 ‘나는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함께하면 ‘나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니까요. 이차적으론 이미 사회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또래나 선배들과의 만남이 긍정적 자극이 됩니다. 아무 지원 없이 잘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는 한편, 지원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을 못 하거나 무기력한 청년들도 있거든요.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동기 부여를 얻는 것도 모임의 주요 목적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모임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부정적인 정서들을 덜어낼 수 있는 수준의 모임과 한 단계 나아가 더 주체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모임이죠.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이 두 번째 모임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 보호대상아동들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자립으로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다들 자립에 대한 기준이 달라요. 어떤 분은 ‘돈을 얼마 모아야 한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자립이 정해진 끝 없이, 내가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시설에 있을 땐 공동체 생활을 하며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나’에게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요. 퇴소 후 내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다른 사람들도 평생 자립의 과정을 경험 중인 것이니 자립준비청년들이 큰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살다 보면 늘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그건 자립준비청년이어서가 아니라, 살아가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도움을 얻는 데 부채의식을 갖거나, 어릴 때부터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는 데 익숙해 기관이나 주변 지인들에 능동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께도 언제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디주처럼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모임도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나윤서 기자 nays@

사진|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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