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뒤덮인 서울을 보고 있자면, 본체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지곤 한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느껴지는 여유만큼 일상적이면서도 큰 여유란 없다. 하지만 북향 자취방에 사는 사람이 자연광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래서 주말 아침에는 이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참살이길에서 성북04를 타고 성신여대입구역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 브런치 카페 ‘코지밀’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빵 내음과 커피 향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들뜬 발걸음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나를 반긴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우디(woody)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는 추운 날씨와 대비되게 마음을 한층 더 따스하게 녹여준다. 늘 먹던 트뤼프 뇨키가 지겨워 시킨 단호박 크림 뇨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크림에 파묻힌 뇨키가 한알 한알 재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이 영 아쉽다. 단호박 크림이 조금 느끼해질 때쯤 코지밀 플레이트의 빵 위에 짭짤한 베이컨과 달콤한 바나나를 올려 먹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서는 단짠단짠 맛의 향연으로 즐거워진 입을 담백한 리코타 바질페스토 샌드위치로 마무리한다. 어느새 불러온 배에 푸근함을 느낀다. 

  나의 여유에 조금 사치를 부리고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더 주문한다.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못 속이는 듯 양식에 한껏 더부룩해진 배를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해결해 준다. 그러다 아메리카노의 씁쓸한 끝맛에 만족하며 생각에 잠긴다. 깊은 핸드드립 커피의 맛, 햇살이 드는 창가 자리,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못다 나눈 수다. 이보다 더 큰 여유가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겨울임을 다시 자각한다. 한가로이 여유를 부린 것 같아 하루빨리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반납하기, 빨래방에서 세탁하기, 인턴 면접 준비하기…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있어 머리가 잠시 지끈거렸지만, 이내 브런치로 즐긴 따뜻한 오후를 되새기며 버스 안 햇살을 만끽한다.

 

이예인(자전 경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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