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마노프 교수가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젤마노프 교수가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필즈상 수상자 예핌 젤마노프(Efim Zelmanov,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가 지난달 7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제4회 Next Intelligence Forum’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강연 주제는 ‘현대 세계의 수학’이었다. 젤마노프 교수는 군론(group theory) 분야에서 90년간 난제였던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를 해결해 1994년 필즈상을 수상했다.

  젤마노프 교수는 먼저 군론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군론은 군을 연구하는 추상대수학의 한 분야로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가 그 시초로 지목된다. 갈루아는 17살 때 이미 5차 이상 고등다항식을 거듭제곱근의 해로 나타낼 수 있는지 판별하는 조건을 밝혀냈다. 대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정식과 그렇지 않은 방정식을 구분하기 위해 근의 공식의 대칭성에 주목한 그의 연구는 군론 연구의 단초가 됐다. 군론을 비롯한 대수학 연구는 공공 암호화 기술과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젤마노프 교수는 “갈루아의 **유한체 개념은 중간 정보 유출을 막는 현대 암호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이후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 혁명 속 수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머신러닝은 강력한 컴퓨터의 등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대수학을 근간으로 한다. 빅데이터 분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알고리즘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젤마노프 교수는 “두 분야 모두 연구 초기라 남은 세기 응용수학 연구의 중심에 자리할 것”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젤마노프 교수는 수학이 순수 학문으로서 가진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그는 “단순한 명제, 심오한 증명,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얻는 영감,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개념이 수학을 아름답게 한다”고 말했다. 분야를 아우르는 발전도 강조했다. 그는 “수학은 마치 식물처럼 모든 분야가 연결돼 서로 양분을 주고받는다”며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버리면 식물이 죽듯이 한쪽 분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수학도 발전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강연 후엔 아산이학관에서 수학과 학생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대화는 학문과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젤마노프 교수는 자기 적성을 몰라 고민하는 학생에게 “12살 때 좋은 수학 선생님을 만나 내가 어려운 문제 풀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교수에게 조언을 적극 구해보라”고 답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소영(이과대 수학21) 씨는 “교수님과 이야기할 흔치 않은 기회여서 통역을 도울 겸 참여했다”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해 좋았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은 박수환(이과대 수학21) 씨는 “학부생 눈높이에 맞춰 강의해 주셔서 좋았다”고 전했다.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 모든 원소가 유한한 순서를 갖는 유한 생성 집합이 반드시 유한군인지 묻는 문제로, 1902년 윌리엄 번사이드가 제시했다.

**유한체: 원소의 개수가 유한한 체.

 

글|나윤서 기자 nays@

사진|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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