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과가 살아남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죠.” 한두봉 교수는 G-class(글로벌수업) 도입, EKA-FREE 기획 등 ‘작은 학과’의 세계화와 학생들의 시야 확대를 위해 힘썼다. 1994년 고려대 교수로 부임해 식품자원경제학과와 30년을 함께한 한 교수는 지난해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격변기 속 대학 시절

  농업이 한국 사회의 큰 축이었던 1970년대의 끝자락, 한 교수는 인간에게 필수적 요소인 농산물을 공부하고자 고려대 농업경제학과(현 식품자원경제학과)에 입학했다. “1970년대는 농업 비중이 대한민국 전체 GDP의 약 30%를 차지했어요. 하지만 80년대 들어 개방 농정이 본격화됐습니다. 외국 농산물이 수입되자 우리 농산물의 비중이 점점 줄었죠. 그 변화의 시기에 농업이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했습니다.”

  한 교수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학문적으로는 부족했지만, 국가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로 기억한다. “대학생의 민주화 운동을 저지하고자 정부에서 자주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3학년 땐 수업을 거의 못 들었고, 집에서 리포트를 써내는 게 전부였어요. 공부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미래를 설계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았죠.”

 

  경쟁력 갖추려 세계화 방안 모색

  한두봉 교수는 1994년에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당시 학과가 ‘작은 학과’로 살아남기가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교수 재직 2년째 되던 해와 2000년대 중반, 총 두 번의 학과 통폐합 논의가 있었습니다. 의견이 갈리면서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교수 증원이 없으니 학생들의 원성도 만만치 않았다. “교수 한 명이 소화해야 할 업무량이 상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 강사 비중이 커졌고, 학생들은 데모도 했죠. 너무 힘들어서 사직도 고민했을 정도입니다.”

  한 교수는 학과가 작을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공 수업의 영어 강의 진행, G-class 도입 등 노력을 이어갔다. 2009년 핵심 교양 과목 ‘식량과 바이오에너지의 경제학’이 G-class로 실시되기도 했다. “외국 교수와 함께 강의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미국 텍사스 A&M 주립대의 존 펜슨(John Penson) 교수님과 절반씩 수업을 진행했죠.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해당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 교수는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성장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전문가 양성프로그램 ‘EKA-FREE’를 기획했다. 유럽 6개 대학과 한국 3개 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EKA-FREE’는 한국과 유럽에서 복수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다. 대학원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기 위해 장학금도 지급한다. 2014년 시작한 해당 프로그램은 1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농업 발전과 인류 빈곤 해결 바라

  지난해 4월 한두봉 교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에 선임됐다. 교수 퇴임 후에도 계속해서 한국 농업 발전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세계 최고의 농정 싱크탱크로 만들고자 합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한 치 앞도 확언할 수 없는 시대에 나타나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 연구와 대책을 마련해 새로운 농정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농업이나 식품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과 농식품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교수는 더 나아가 세계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수혜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공여국이 됐습니다. 아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ODA(공적개발원조)에서 우리 연구원이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세계 인류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의 지식과 정책 경험을 나누는 거죠. 앞으로도 제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 우리 국민과 전 세계 인류가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글 | 김아린 기획2부장 arin@

사진 | 염가은 사진부장 7r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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