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고대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 고려대학교는 제117회 학위수여식을 거행합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환하게 밝혀온 지성의 광장이자 학문의 전당인 우리 고려대학교가 정성을 다해 길러낸 6천여명의 졸업생이 새롭게 사회로 진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게 생각합니다.

  먼저, 오늘 영광스러운 학위증서를 받고 이제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선 6천여 졸업생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우리 졸업생 한 명 한 명을 세계 최고의 지성과 훌륭한 품성을 갖춘 인재로 길러주신 고려대학교의 교수님들, 그리고 자녀가 고려대에 재학하는 동안 아낌없이 후원하고 격려해주신 학부모님들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언제나 뜨거운 모교사랑과 후배사랑으로 우리 졸업생들의 든든한 선배이자 후원자가 되어주시는 35만여명의 교우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졸업생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주신 직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올해 졸업생들의 재학시절은 결코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확산된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누릴 수도 없었습니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연구와 교육 모두 낯설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이뤄져야 했습니다. 이 미증유의 사태는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였고, 그 격변의 파고는 지금도 여전히 드높게 일렁이고 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이러한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에 사회로 진출합니다. 하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고려대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지식을 배웠으며, 융복합적 교육을 통해 첨단의 분야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습니다. 아울러, 오직 고려대학교의 문화와 전통 속에서 기를 수 있는 남다른 친화력과 이타적 품성을 함양함으로써,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성을 갖추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지금의 사회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을 가진 이 시대의 당당한 주체이자 주인공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고대인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구자적 삶을 살아가길 당부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1905년 개교한 고려대학교의 전신 보성전문학교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근대 고등교육기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1907년 제1회 졸업식이 열렸고, 오늘 제117회 학위수여식에 이르기까지 고려대학교는 35만여명의 인재를 배출하였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일구어온 주역으로서 이 땅의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를 이뤄냈습니다. “널리 인재를 길러 나라를 구하소서”라는 이용익 선생의 간절한 염원은 고려대학교 역사를 통해 연면히 실현되고 있으며, 오늘 학위수여식에 선 여러분은 고려대학교가 한국사에 기여해온 위대한 전통을 계승하며 이를 더 높게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는 여러분의 선배 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새롭고 위대한 문명은 언제나 커다란 장애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건설되어 왔습니다. 익숙한 것에 머물고자 하는 자에게 낯설고 급격한 변화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다가오겠지만,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 변화와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 곧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창조적 결단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대학 역시 중요한 변혁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우리 고려대학교는 내년에 개교 12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고려대학교는 교육구국의 숭고한 건학이념을 충실히 이행하며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우리 고려대학교가 인류의 미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속의 대학으로 한 단계 더 높게 도약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는 기후위기, 감염병 확산, 식량문제와 환경문제, 사회경제적 양극화, 노령화 등 인류가 당면한 난제에 대해 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사에 기여하는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대학의 ESG 및 SDGs 활동을 강화하고 탄소중립과 그린캠퍼스를 달성해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이 결코 한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공동의 터전을 지키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려대학교의 교육구국의 숭고한 건학이념은 이제 세계를 무대로 인류를 향해 실현되어야 합니다. 근대적 지성 제1세대를 배출하며 한국사에 기여해온 고려대학교는 이제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냄으로써 세계사에 기여해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고려대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한 글로벌 인재입니다. 원대한 이상과 큰 생각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가 되어주십시오. 여러분 가운데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눈앞의 이익과 좁은 자아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세상을 넓게 멀리 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높은 꿈을 꾸는 청년이 되어주길 소망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과 의지는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다른 사람의 삶,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고려대학교는 기능적인 지식인이 아니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굵은 큰 인물들을 많이 배출해 왔습니다. 여러분은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안주하지 말고 개인을 넘어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를 생각하는 거대한 꿈을 꾸십시오. 여러분 자신을 믿고 원대한 꿈과 높은 이상을 세우고 정성을 다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과 함께 인류사가 한 걸음 더 전진하게 될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다시 한번 졸업생 여러분의 학위취득을 축하하며, 여러분의 미래에 큰 영광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3일

총장 김 동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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