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보연 서울대 의과대 객원교수·은행권청년창업재단교육 PM
권보연 서울대 의과대 객원교수·은행권청년창업재단교육 PM

 

  한 쌍의 연인이 손을 맞잡고 분홍 벚꽃과 하얀 눈송이가 날리는 거리를 걷고 있다. 카메라는 15초간 이들을 따르며 생생한 모습을 기록한다. 마치 꿈처럼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그렇다. 현실 같은 꿈을 담은 이 영상 자체가 꿈같은 현실이다. 이것은 완벽한 가상의 콘텐츠이며, 인간이 촬영하지도 않은 텍스트 투 비디오(text to video) 생성 AI 모델 소라(Sora)의 데모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미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영상까지, 인간의 삶과 예술로 스며들었다. 놀라움을 주던 신기술은 단순한 생산 보조 도구에서, 미적 창의를 함께 실현하는 인간의 동반자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AI시대는 이미 시작된 미래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의 개척자를 길러내는 대학 교육도 AI로 달라질 환경을 반영해야만 할 것이다. AI,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 산업과 교육, 양측 역할이 있는 자로서 AI교육은 대학이 홀로, 몇몇 전공 강화를 통해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렇다. AI교육이 마주한 변화는 누구도 먼저 경험한 바가 없는 데다 완료가 아닌 진행형이며, 과학기술의 지분이 크다 하더라도 위기와 기회를 모두 지닌 후속 영향은 사회와 산업, 문화와 예술 등 전방위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례 없는 변화와 발명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교육적 도전은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 모두의 상황이며, 안정화된 과거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돌파할 수가 없다. 인정하자. 우리에겐 AI교육을 함께 만들 조력자가 필요하다.

  나는 광범위한 영향과 진행형의 변화를 요구하는 AI교육을 위해 ‘스타트업’을 대학이 사랑해야 할 연인으로 추천하고자 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곳에 신기술로 낡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업(業)을 일으킨 창업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수업은 낯선 기술을 관념 세계에서 끌어내, 학생이 속한 현실과 결부된 구체적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 목표를 낮추는 대신 행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답을 발명하는 창업가의 삶과 태도를 접하는 것은 AI시대의 탐험가에게 천문항법 학습에 준하는 가치가 있다. 둘째, AI는 과학기술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상과 예술에 넓게 펼쳐져 있다. AI비즈니스는 높은 자유도로 분야 확장이 가능하므로, 다양한 전공과 학생 관심사를 반영한 학습 구성에 효과적이다. 내가 속한 창업 재단이 후원하는 스타트업 연계 정규 교과들은 종합대학 내 거의 모든 전공에 걸쳐 있으며, 이들 대부분 수강생의 전공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이번 학기 내가 지도하는 교과는 과목당 평균 4개 스타트업이 프로젝트 파트너로 참여하는데, 수업을 통해 이질적 학습 공동체를 이룬 학생들은 작은 스타트업도 다양한 직군 간 복합적 과업 수행이 일어나고, 필요한 것은 단순 분업이 아니라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과 팀워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창업은 시장과 기술의 실패 위험이 큰 변화를 전제하는 일이며, 창업가는 꿈꾸는 세계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단단한 대지를 벗어나 흔들리는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다. 이에 학생과 AI 스타트업 기업가의 만남은 단기적, 정량적 창업 지표 달성 도구가 아니라 장기적, 확장적 경력개발 모델로 검토되어야 한다. 청년세대의 생애 준비로 창업은 건너뛸 수 없는 학습 주제이다. 한 직업인이 전체 경력을 창업과 무관하게 끝낼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시기와 계기는 달라도, 청년들은 언젠가 창업계 일원이 돼야 할 것이다. AI스타트업은 다양한 재능을 지닌, 결이 맞는 인재를 원한다. 학생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을 함께할 파트너의 근접 탐색이 필요하다. 대학은 둘을 연결하는 중재자가 되어, 내실 있는 AI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창업계와 교육계의 협력으로 모든 전공과 학년에서 다양한 AI스타트업 수업이 열리고, 열정적 에너지로 운영되는 대학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벚꽃과 눈송이가 날리는 거리를 함께 걷는 연인만큼, 사랑스럽고 설레는 장면이 떠올라 AI에 프롬프팅 하고 싶어진다.

 

권보연 서울대 의과대 객원교수·은행권청년창업재단교육 P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