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 나쓰메 소세키
            '갱부', 나쓰메 소세키

 

  삶의 불가해와 그 번민은 수많은 철학자의 주제가 돼왔다. 그러나 그들에게만 작용하지는 않았다. 노동자들, 기어코 학생까지 내려와 고통에 빠지게 했다. 이 책을 읽었을 때가 그러한 삶의 불가해 속에 빠져 있었을 때였다. 나는 번민으로부터 도망쳐 자주 오르던 산에서 책을 읽고 번민에서 벗어나 산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후지무라 마사오는 번민에 게곤 폭포에 몸을 던지는 극약을 뒀다.

  후지무라는 소세키의 제자였다. 예습을 해 오지 않을 것이라면 수업에도 들어오지 말라며 그를 힐난하였던 소세키는 제자가 “불가해. 내 이 한을 품고 번민 끝에 죽음을 각오했노라”라며 폭포에 투신했다는 소식에 신경 쇠약이 악화했다. 신경 쇠약이 완화된 그가 어쩌면 가장 그답지 않은 소설을 썼음은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담겼기 때문일 테다.

  후지무라가 죽고 수많은 청년이 게곤 폭포에서 몸을 던졌다. 삶의 불가해에 대한 번민만을 외치며 자살했다. 주인공도 그 ‘불가해’, ‘번민’ 속에 자살을 결심하였고 가출했다. “갑작스럽게 자살할 수 없다면 자멸하는 것이 좋을 거로 생각했다.” “집에 있으면 자멸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달아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자살하지 못했고, 자멸할 수 없었기에 가출했다. 그러고는 “일할 생각 없나?”라는 한 마디에 자살을 내팽개치고 갱부가 되기로 한다.

  ‘자멸’. 갱부란 그런 것이었다. 광부도 아니라 광의 끝, 갱에서 일하는 갱부, “인간 이하로 전락”할 기회에 놓인다. 갱부가 되어 갱내에서 드디어 죽을 수 있는 기회에 그는 “죽어버리자고 생각하고… 여기서 나가서 게곤 폭포까지 가라 하는 호령… 산을 넘어가면 게곤 폭포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라가야 한다.”라며 가장 죽기 좋은 곳에서 죽음을 회피하는 핑계를 댄다. 살아서 올라온 그는 기관지염으로 갱부로 일할 수 없음에도 광산에 남아 일을 하다 도쿄로 돌아간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 모순을 우리에게 소세키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나도 그때 가출을 하지 않고 귀여운 도련님으로서 얌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내 마음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도 모른 채 움직이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다…”고 성인이 된 주인공은 말한다.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번민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마음속에서 번민이 아니게 된다.” 소세키는 마사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테다.

 

백건우(경영대 경영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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