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것 같진 않다. 고향을 떠나 도착한 3월의 학교는 아직 추웠다. 처음 만난 선배, 동기들에게선 반가움보단 눈치를 먼저 읽었다. 지금은 없어진 과방 건물에서 우두커니 앉아 뭘 해야 할지 전전긍긍했다.

  신입생의 첫사랑을 다룬 영화가 그해 극장가를 흔들었다. 당시 가장 잘나가던 아이돌 배우가 첫사랑 역할로 나왔다. 영화 속 예쁜 아이돌까진 아니더라도 나 역시 뭔가가 있겠지. 현실은 냉정했다. 좋아하던 친구에게 마음을 거절당했을 때 눈물이 났던 일은 아직도 혼자만의 술안주로 남아있다.

  2024년 신입생을 독자로 상정하고 글을 썼다.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돼야 할 새내기지만, 안타깝게도 신입생과 대학을 둘러싼 여건들은 ‘대학이 무너진다’고 외쳐오던 나의 새내기 때보다도 더 좋지 않아 보인다. 반수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본교 절반 넘는 단과대의 총학생회가 뽑히지 않은 ‘먹고사니즘’ 시대에 대학과 대학생이란 단어가 설익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다시 그때로 눈을 돌리면, 그럼에도 좋았던 것 같다. 새내기라는 이름으로 받았던 배려들, 할 수 있었던 도발적인 생각, 만난 사람들, 발버둥. 대학을 떠난 지금도 새내기라서 할 수 있는 경험의 영역은 자리를 좁게나마 유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학과 대학생의 위기라는 이 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말하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의 발로다.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시절의 경험을 굳이 꺼낸 건 그 때문이다.

  역대급 입시 혼란이라는, 어른들의 잘못을 지나 어른이 된 새내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색한 학교, 어설펐던 관계, 닿지 않은 짝사랑, 설익은 고민 모두가 시간이 지나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거라는 이야기는 필자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이야기해 온 잔소리다. 새로운 시작 앞에 특별한 기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수능과 모의고사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을 위해 희망찬 글귀를 엄선한다고 한다. 입시 혼란 속 불안한 마음에 봤을 9월 모의고사의 문구를 빌려 응원을 전한다. 입학 축하드립니다.

  “맑은 웃음 머금은 네가 있었음 좋겠다.” <소망> - 나태주

 

<시계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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