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 주가 지났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재학생이 교수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물었다.


방식이 어떻든, 대화는 필요하다 - 이훈(미디어22)

  대학 생활을 2년 동안 하면서 다양한 교수님들을 뵀다. 학과 건물에서 자주 마주치는 전공 교수님부터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교양 교수님, 그리고 행사에서 뵌 타 대학 교수님까지. 교수님들의 전공 분야도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으로 나름 다양했다. 여러 교수님을 만나면서 들었던 공통된 생각은 ‘교수님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였다.

  여기서 대화는 교수님과 ‘편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의 내용, 형식 그리고 참여자 수에 따라 대화 종류를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언급할 유형은 대면으로 다수가 참여하고 공적 내용을 다루는 설명회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진로 계획을 세울 때 학과, 학부, 단과대 그리고 학교 정책을 참고한다. 그러므로 설명회를 통한 정보 제공은 단순한 알 권리의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효율적인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비대면으로 다수의 공적 의견을 수렴하는 온라인 설문지가 있다. 설명회에선 교수님 수에 비해 학생 수가 많아서 학생들의 모든 의견이 전달되기 어렵다. 의사소통 방식이 일방향에 가깝다는 점 역시 전체적인 의견 수렴을 방해한다. 이러한 설명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구글폼과 같은 온라인 설문지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면에 비해 의견을 제시하기 편하고, 발언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좋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수가 참여하는 공적 대화 외에도, 교수님과 1대1로 사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식인 면담이 존재한다. 본교는 학생들의 면담 신청을 돕고자 지도교수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에 관한 안내가 없어서 자신의 지도교수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이 지도교수님을 알더라도 희망 진로 분야가 지도교수님의 전공 분야와 달라서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기 어렵다. 면담은 학생의 학업·진로에 큰 도움을 주므로, 지도교수제 개선은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목표와도 부합한다.

  다음 주 화요일에 ‘총장님과의 대화’라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면 행사이므로 설명회와 유사한 유형이며,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설명회의 단점이 보완된다. 이와 다른 방식일지라도 다른 교수님들께서도 총장님처럼 대화의 장을 선뜻 열어주시면 좋겠다. 먼저 학생에게 다가와 주신 만큼, 학생들도 용기를 내어 교수님께 편하게 다가갈 것이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되길 - 오연경(교양교육원) 교수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삶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체험이 아니라 그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프랑스 작가 장 주네(Jean Genet)의 말입니다. 대학생이 되어 흔히 듣는 말이 ‘많은 것을 체험해 보라’는 조언일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본인의 선택과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다양한 참여와 만남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험의 다양성과 기회에 마음을 뺏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시간에 쫓기고 불안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모든 일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하루 24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매일매일 바쁘고 알차게 보내는 것이 최고의 인생 투자 전략이라고 믿게 되지요.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보면 모두가 바쁘고 정말 열심히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나 토론 시간의 발언을 보면 그 바쁜 삶의 주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체험의 양과 질이 아니라 체험을 의미화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같은 체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배우는 것이 다르고 하나의 체험이 주는 깊이가 때에 따라 다른 것도 바로 저 의미화 방식의 차이 때문이겠지요. 장 주네가 말한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란 이처럼 삶과 세계를 재현하는 자기만의 관점을 말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주인이지만 모두가 자기 삶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의 주인은 아닙니다. 이야기에는 관점이 있어야 하고, 목소리는 발화돼야만 들립니다. 여러분이 체험을 판매하는 시장의 노예가 아니라 자기 관점으로 체험을 이야기하는 삶의 주인이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가는 침묵의 노예가 아니라 타인의 귀를 풍요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이기를 바랍니다. 목소리는 지문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을 인증해주는 고유하고 특별한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그다음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소리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세요.

  새 학기를 맞아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의 활기찬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자유롭고 생기 있는 목소리가 강의실 안에서도 들리기를 바랍니다.

  목소리는 발화돼야 들리지만 듣는 사람이 있어야만 가치 있게 빛납니다. 목소리를 가진 사람, 목소리를 내는 사람,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한 강의실에 모였을 때 인격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 학기는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단단하고 깊이 있고 울림이 큰 것으로 만드는 풍요로운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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