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들여 계단을 올라가는 길마저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허름한 건물이지만, ‘마하 한남’이 자리한 3층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공간이 열리듯 코에 닿는 냄새부터 달라진다. 향을 따라 계단을 마저 걸어 올라가면 마하의 건축 철학에 대한 글을 마주할 수 있다. “태초에 건축의 시작은 안식처를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마하의 건축은 이 안식처라는 초심에서 시작합니다. 마하 건축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와 온도를 고민합니다.”

  이 공간은 ‘마하 한남’이기 이전에 목욕탕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온전한 휴식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큰 액자처럼 걸려있는 창에는 광활한 강과 하늘이 맞닿은 모습이 담겨있고 소파와 의자는 창가 앞에 놓여 있어 창밖의 모습을 마치 감상할 거리처럼 만든다. 통유리 창 너머에 뺏긴 시선을 찬찬히 내부로 돌리면 여기저기 자리한 감각적인 형태의 가구들을 볼 수 있다. 폴 키에르홀름(Poul Kjaerholm)을 비롯한 가구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알만한 제품들. 작품 격의 가구 위에 앉아 작품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카페의 매력이다.

  날이 맑은 오후쯤에 오면 구름의 흐름이 읽힐 정도로 파란 하늘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고, 날이 저물어가는 저녁쯤에 오면 햇빛이 어슴푸레해지면서 색깔이 오묘하게 변해가는 강과 건물들의 모습을 보며 위스키를 마실 수 있다. 이곳에서 틀어주는 쿨재즈 계열의 음악과 그 위에 섞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백색 소음으로 삼아 창밖을 바라보면 사색에 잠기기 좋다. 그사이에 툭툭 튀어나오며 들리는 목소리들을 엿들어 보면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묻어나오곤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 또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은 공간으로서의 특징도 두드러지지만, 직원의 모습 또한 인상깊다. 메뉴 안내는 물론, 음료 설명과 자리 안내까지 꼼꼼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채광량에 맞추어 실내조명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며 마하 건축이 입구에서 밝혔던 공간 철학이 서비스에도 배어 있는 듯했다. 미감이 떨어지는 국내 거리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실내 공간으로 선회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으레 ‘핫플’이라 부르는 예쁜 공간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 생각한다. 문득 마음이 지치거나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6호선을 타고 마하 한남으로 향하길 권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미적일 때 심적으로 얼마나 안정되는지 이곳에서 느낄 수 있길 바란다.

 

김수연(디자인조형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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