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영화평론가
오동진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영화평론가

 

  영화 <파묘>는 어떻게 1000만 관객을 엿볼만큼 파격적으로 흥행하게 됐을까. 장재현 감독은 왜 이런 공포 스릴러, 오컬트를 지금과 같은 시기에 만들었을까. 하이브 미디어코프는 왜 <서울의 봄>이란 영화를 이 시점에 발표했을까. 김성수 감독은 언제부터 이 영화를 기획했으며 왜 관객은 1000만 이상이나 반응했을까. 그들이 환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듄 파트2>는 1만 104년 때의 사건과 우주 전쟁을 통해 현실의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파묘>의 텍스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알면 좋다. 영화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매우 관련이 깊은 얘기다. 서울 한양 성곽을 완주하려면 잠시 돌아가는 코스가 생긴다. 장충동 신라호텔 소유의 영빈관이다. 영빈관은 국내외 귀빈을 초청해 연회를 베푸는 곳이다. 그런데 이 자리가 일제 강점기 때에는 박문사라는 이름의 사당이었다. 국권 피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에 의해 사살된 후 조선총독부가 히로부미 사당을 만든 것이다. 왜 이곳에 만들었을까. 여기엔 남산의 맥을 끊고 한양 성곽이라는 조선의 정기를 끊겠다는 흉계가 숨어 있다. 민족사학자들이 줄기차게 이 영빈관 자리에 안중근 기념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영화
                                                                                   <파묘>

 

  <파묘>는 이러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다. 그런데도 국토 여기저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심어 놓고 박아 놓은 박문사 같은 '쇠말뚝’을 빼서 없애야 한다는 메시지는 동일하게 전달하고 있다. 1920년대 대한제국 독립 의병 중 철혈단이라는 단체가 있었으며 기록은 거의 전무하다. <파묘>의 주인공 풍수사 김상덕(최민식)은 철혈단의 흔적을 발견한다. 영화에 스치듯 나오는 장면이지만 철혈단의 존재야말로 다소 난데없이 영화 <파묘>가 막대한 흥행을 하는 이유다. 관객이 열광하는 것은 민족정기의 복원이다. 가뜩이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옮긴다느니, 독도를 분쟁지역화한다느니 하는 정부의 계획에 국민이 뿔난 상황에 영화를 통해 관객의 항변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서울의 봄>이 흥행 1000만을 넘긴 것도 과거처럼 지금의 시대를, 꼭 같은 모양새는 아니더라도, 억압과 독재의 시기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객은 지금의 검찰 행태를 과거 독재 정권의 그것과 유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정자들은 <서울의 봄> 흥행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식민사관과 친일본적 외교를 추진하는 사람들 역시 <파묘>에 쏠리는 대중의 속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듄 파트2>가 지금의 중동 전쟁의 원인, 이곳을 대상으로 그간 강대국이 벌인 갖가지 수탈의 역사를 은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영화 속에서 우주 제국들이 차지하려고 하는 사구 행성의 스파이스라는 원료는 지금의 석유를 의미한다. 영화를 들여다보면 세상의 흐름이 보인다. 그건 단순한 오락영화라도 그렇다. 2022년 디즈니 블록버스터 작품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과거 1960년대 미국의 흑인 무장 저항단체 블랙팬서당을 의미하고 2020년 백인 경찰관들에 의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후 확산한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더욱더 불을 붙이려 했던 것과 무관치 않았던 점도 알 수 있게 해 준다. 영화는 곧 세계사다. 영화는 곧 역사 강의다.

 

오동진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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