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츠 파동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 프란츠 파동

 

  고대인에게 추천할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다 보니 미궁을 헤매는 테세우스가 된 기분이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고른 건 이 책이 그 어떤 책보다 내 가슴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책의 서문에서 말했듯, 나도 “이 책을 읽어라”고 말하려 한다. 물론 이 책은 출간된 지 벌써 60여년이 흘렀고 책의 주된 내용인 탈식민화 역시 너무 옛이야기 같다. 많은 석학이 이 책을 해석하고 재해석해 이미 닳아버린 지 오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강력히 권한다.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자 알제리 독립운동의 투쟁가인 프란츠 파농은 <검은 피부, 하얀 가면>과 이 책으로 세계적인 탈식민주의 운동의 전위로 기억된다. 잘 알려진 두 권 가운데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은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전 세계 흑인 동포들에게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기를, 이로써 인간임을 외칠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이자 선언문이다. 파농은 잔혹한 식민 지배의 실체를 폭로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그는 혁명을 위해, 투쟁을 위해, 인간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이를 통해 비인간화된 흑인뿐만 아니라 스스로 비인간화한 백인도 다시 인간이 된다.

  나는 두 질문으로부터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는다. 첫 번째 질문은 ‘과연 탈식민화는 완수됐는가?’이다. 파농은 국가의 독립을 넘어, 흑인이 비인간화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돼 인간으로서 자유롭길 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선행조건은 인식론적 탈식민화다. 그렇다면 되물을 수 있다. 한국인은 인식론적 탈식민화를 성취했는가? 내가 보기엔 아니다. 서구중심주의 비판이 학계를 불태웠으나 여전히 우리는 그 자장 안에서 살아간다. 극단적 민족주의나 단선론적 역사관을 돌아보라. 정신적 탈식민화는 여전히 우리의 과제다. 두 번째 질문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은 누구인가?’이다. 물론 책에서는 흑인을 지칭한다. 그러나 현대에는 흑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 비인간화의 폭력에 신음한다. 특히 한국에서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타자화는 극심하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모두 인간임을 재인식하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하다. 쉬운 책은 아니다. 나 역시 이 책을 단 한 번 읽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의 무지를 무릅쓰고 이 책을 권하는 것은, 우리를 더 잘 살아가게 할 힘이 여전히 이 책에 징표처럼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황지훈(문과대 사학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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