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배우의 길로

우연한 기회로 들어선 유튜버의 삶

“매 순간 소재 찾으려 상상해”

 

인기 유튜브 채널 ‘너덜트’를 운영하는 임재형 교우는 “공휴일 없이 일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기 유튜브 채널 ‘너덜트’를 운영하는 임재형 교우는 “공휴일 없이 일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점집 사장이 되기도 하고, 조폭이 되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임재형(사회학과 13학번) 교우는 유현규(남·31) 씨, 전상협(남·30) 씨와 함께 유튜브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운영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도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배우 임재형, 그는 현재 183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 ‘너덜트’의 멤버다.

 

  뮤지컬에 반응했던 심장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임재형 교우는 배우가 천직이다. “저는 단정하고 확정 짓기를 매우 싫어하거든요. 제가 다른 사람 인생에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면밀히 살핀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관찰하는 성격이 배우란 직업에 도움을 줬어요.”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다. 임재형 교우는 중학교 시절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다. “제가 직접 만든 노래로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임 교우는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의견은 달랐다. 부모님과의 대화 끝에 임 교우는 목표를 틀었다. “실용음악과를 포기 하는 대신 부모님께 제가 대학 가서 하는 모든 일을 지지해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폭넓은 학문을 다루고 싶었던 그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입학 후 뮤지컬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공연 예술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에서 뮤지컬 관람을 과제로 내줬어요. 제가 듣는 수업은 아니었지만,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었고 뮤지컬을 좋아하기도 해서 갔죠.” 그렇게 중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보러 갔다. “먼 거리에서 봐도 모든 인물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때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죠.” 군 복무 중에도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뮤지컬 영상을 봤다. “게임하는 친구들 곁에서 뮤지컬만 봤어요. <레베카>,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웹상에 공개된 뮤지컬 영상은 전부 찾아봤죠.” 부대 노래방에선 몇 곡 되지도 않는 뮤지컬 노래만 불렀다.

  임 교우는 전역 후에도 연기 학원에 다니기 위해 2년을 더 휴학했다. 연기를 배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배우는 발음이 중요한데, 발음이 좋은 편이 아니라 힘들었어요.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도 생겨요. 동선과 대사를 신경 쓰며 감정을 담는 게 어렵더라고요.”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제대 후 부모님께 배우의 꿈을 밝혔는데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군대 노래방에서 연습했던 ‘레베카’를 불렀더니 ‘관련 전공으로 다시 학교를 가서 배운다면 배우를 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죠.” 그는 수도권 대학 연극영화과로의 입학을 준비했다. 입시는 쉽지 않았다. “배우를 꿈꾸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제가 지원했을 때 5000명 정도가 지원했는데, 4000명이 떨어졌어요. 그 4000명이 다음해에 또 도전하면 매년 4000명씩 추가로 경쟁자가 생기는 거잖아요. 배우는 실력, 노력, 운 모두 있어야 성공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죠.”

  입시엔 실패했지만 연기에 대한 미련은 놓을 수 없었다. 그는 2019년 복학한 후 뮤지컬 동아리 ‘캐스팅’에 들어갔다. 인원이 부족했기에 배우와 스태프를 동시에 맡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무대를 직접 만드는 일이었어요. 각목, 판재를 구매해 못질하고 페인트칠해서 무대를 만들었거든요. 학생 동아리 공연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열과 성을 다했어요."

  배우를 향한 임재형 교우의 열정은 학교 밖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연극과 뮤지컬의 메카’라 불리는 대학로에서 티켓 판매 아르 바이트를 했다. “뮤지컬이 좋아서 일부러 대학로에서 일했어요.” 대학로 CGV 미소지기로 근무하며 경험한 인간 군상은 훗날 연기에 도움이 됐다. 임 교우는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불륜 커플을 꼽았다. “평일 낮에 잘 차려입은 중년 남녀가 영화를 현금으로 결제해요. 대화를 엿듣다 보면 불륜인 경우가 많아요. 관객을 관찰하다 보면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너덜트' 촬영 중인 임재형 교우.
'너덜트' 촬영 중인 임재형 교우.

 

  평일엔 배우, 주말엔 가수

  임재형 교우는 너덜트 창립 멤버가 아니다. 너덜트 채널을 만든 유현규 씨와 임 교우는 지인 관계였다. 유 씨는 임 교우가 배우의 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영상 ‘어디야?’에 ‘카메오로 출연하겠느냐’고 제안했다.

  2번째 출연이었던 ‘신년운세’는 임재형 교우의 삶을 바꿨다. “마이크에 다른 소리가 들어가면 영상의 질이 떨어지기에 겨울이었지만 히터를 끈 채 지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어요. 길어지는 촬영 시간와 추위로 유 감독님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영상 출연만 했던 임재형 교우는 촬영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유 감독님께서 저에게 카메라 촬영을 부탁하셨어요. 나중에 체력을 회복하고 유 감독님이 ‘내가 아무리 지쳤어도 재형이에게 맡기면 안 되는데’ 생각하시며 촬영본을 보셨는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괜찮아 놀라셨어요. 이후에 객원으로 2개월 정도 출연하다가 ‘미신’부터 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너덜트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주제로 영상을 만든다. 임 교우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비결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선 소재를 찾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상상만 하면 돼요. 인터뷰 상황에서도 소재를 찾겠다고 생각하면, 영상 아이디어는 끝없이 얻을 수 있어요. 수다쟁이 취재원에게 계속 말꼬리를 잘리는 기자를 상상해 보기도 하는 거죠.”

  자신을 ‘즐거운 워커홀릭’이라 설명하는 임재형 교우는 평일을 온전히 너덜트에 쓰면서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보컬 모임에 참여하거나 친한 지인들을 만나는 식이다. “평일에 바빠서 못한 일들은 주말에 몰아서 해요.” 그는 보컬 모임인 ‘랑데부르스’에서 활동하며 지난 2일에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디너타임레전드>란 이름의 공연을 올렸다. 임 교우는 개인곡으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넘버 ‘너의 꿈속에서’를 불렀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이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입니다. 기회가 있다면 뮤지컬 기획도 해 보고 싶어요.”

  임재형 교우는 당분간은 크리에이터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금 역할에 최선 을 다해야 미래에 OTT나 지상파 드라마에 도전해도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 교우는 너덜트에 합류하며 연기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고 말한다. “직접 편집하니까 부족한 연기가 더 잘 보여요. ‘다음엔 더 낮은 톤과 강한 표정으로 연기해야겠다’는 피드백이 바로 가능해요.” 임 교우는 유튜브에서 쌓은 연기 실력을 바탕으로 훗날 나이든 배역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는 유튜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꾸준함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어요. 조회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슷한 영상으론 성공할 수 없어요. 꾸준히 나만의 차별점을 만들어야 해요.” 임재형 교우는 예상과 다른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 “저는 ‘이렇게’ 하기로 정했다면, ‘저렇게’를 절대 쳐다보지 않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일은 어차피 경험할 수 없어요. 후회 말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글|황효원 기자 hbbang@

사진제공|임재형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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