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학습, 에듀테크로

공교육에도 시범 도입 중

 

(좌) 듀오링고의 학습 화면. (우) 애플 앱스토어의 필수 교육 앱에 외국어 공부 관련 앱이 4개 랭킹돼 있다.
(좌) 듀오링고의 학습 화면. (우) 애플 앱스토어의 필수 교육 앱에 외국어 공부 관련 앱이 4개 랭킹돼 있다.

 

  통번역 기술의 발달이 외국어 학습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언어모델 발전은 AI 튜터를 이용한 외국어 공부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학습자들은 대체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준별 맞춤 학습이 가능해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정은귀(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AI 통번역의 발달이 외국어 학습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며 “AI 튜터는 외국어 학습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튜터, 개인 맞춤 학습 용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에듀테크’ 시장은 빠르게 발전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국내 사교육 시장에서 온라인 강의 방식의 성장률은 20.4%로, 사교육 방식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삼일PwC경영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404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 기반 외국어 학습 시장이 확대되며 언어 공부에 대한 장벽은 낮아졌다.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는 지난해 3월 ‘듀오링고 맥스’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듀오링고 맥스 구독자는 인공지능 캐릭터와 ‘롤플레이(Roleplay)’ 기능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맞는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 2012년 출시된 듀오링고는 그동안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개발한 학습 콘텐츠를 사람이 수정·검수·번역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LLM이 도입되며 현재는 AI가 학습 콘텐츠 제작을 도맡고 있다. 영어회화 애플리케이션 스픽에서도 지난해 1월 ‘프리톡’을 도입해 AI와의 회화 연습을 강화했다. 스픽은 지난해 상반기 프리톡 도입 후 2022년 상반기 대비 매출이 2배 넘게 증가했다. 화상영어 플랫폼 링글 잉글리쉬에듀케이션서비스에선 지난해 7월 이용자들의 대화에 대한 AI 분석 서비스를 도입했다. AI가 복잡성·정확성·유창성·발음을 기준으로 이용자의 말하기 실력을 진단하고 교정해야 할 부분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링글의 정다호 프로젝트 매니저는 “AI 분석은 이용자가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보다 일관성과 객관성이 확보되고, 사람과 달리 대화 전체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습자들은 인공지능이 개별 맞춤 학습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한국TOEIC위원회 조사 응답자 84%가 AI가 외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AI 토익 학습 애플리케이션 산타토익을 이용 중인 정아연(한림성심대 간호23) 씨는 “AI가 예상 시험 점수를 제시하고 수준에 맞춰 고난도 문제를 내줘 좋다”고 말했다. AI의 분석으로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어 혼자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정아연 씨는 “다만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는 없는 점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정두현 브랜드 매니저는 “AI 통번역 서비스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외국어를 직접 익히고자 하는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최성희(본교·영어영문학) 강사는 “지리·경제적으로 소외돼 원어민 강사를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AI 튜터는 도움이 된다”며 “특히 언어 실력이 중위권 이하인 학생은 원하는 만큼 개인별 수준에 맞는 반복 학습이 가능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최 강사는 “인공지능은 미묘한 어감이나 문체를 수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글을 교정하는 데 효과적”이라 전했다.

 

  공교육 현장에선 도입 초기에 머물러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0조원에 이를 전망으로, 아직 발달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아직 사교육 시장 중심으로 성장 중이며 공교육 현장에서는 외국어 학습에 인공지능 기술이 조금씩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교육부와 EBS의 기획으로 한국전자통신원(ETRI)에서 개발한 AI 펭톡은 2021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 말하기 교육을 위해 쓰이고 있다. 초등교육과정에서 필요한 어휘, 문장, 대화들을 콘텐츠로 활용해 학습자의 말하기 억양·강세·리듬에 대한 피드백을 제시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은 AI 기반 영어 말하기 교육 강화를 위해 서울시 내 초중교 5곳에 영어 튜터 로봇을 보급하고, 3곳엔 음성형 챗봇도 도입해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달 예정돼 있던 시범 도입은 미뤄진 상태다. 서울교육청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는 “아직 사업 대상 초중교 선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미정”이라 밝혔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강사들의 연수도 필요하다.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AI 기반 맞춤형 교육에 대한 교사의 인식과 경험’에 따르면 교육 영역에서의 AI 활용에 대해 초중교 교사의 대부분이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지만, 81.9%가 AI 기반 맞춤형 교육 서비스 활용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선 초·중등 영어교사 에듀테크 지원단을 구성해 교육청 자체 AI 기반 영어교육 자료도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진행되진 않았다.

 

  *LLM: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의 약자로,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대용량 인공지능 모델.

 

글|나윤서 기자 nays@

이미지출처|듀오링고, 애플 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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