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대사·디지털 부문 특사 참석

러시아발 허위 정보 확산 지적

“거짓 대응해 비판적 사고 갖춰야”

 

마카로브스 특사가 21일 열린 강연에서 라트비아의 허위 정보 대응안을 설명하고 있다.
마카로브스 특사가 21일 열린 강연에서 라트비아의 허위 정보 대응안을 설명하고 있다.

 

  ‘해외 정보 조작 및 개입 대응: 라트비아의 교훈’ 강연이 21일 국제관 511호에서 열렸다. 연사를 맡은 빅토르스 마카로브스(Viktors Makarovs) 라트비아 외교부 디지털 부문 특별 사절은 자국의 허위 정보 확산과 대응 경험에 대해 연설했다. 강연을 주최한 이재승 고려대 장 모네 EU 센터장은 “허위 정보 확산은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문제”라며 “최근 학생들이 SNS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마카로브스 특사는 라트비아에서 러시아에 의한 *FIMI(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트비아가 ‘실패한 국가와 경제, 러시아어 사용자 차별,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이미지로 고착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라트비아가 1991년 소련을 떠난 뒤 쇠락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라트비아는 OECD 회원국 중 하나이며 선진국 반열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을 이용한 러시아의 FIMI 사례로 는 정보 포털 ‘Portal Kombat’를 제시했다. 프랑스 디지털 감시 기관 VIGINUM 분석에 따르면 해당 포털은 서양 국가를 겨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미화하고 우크라이나와 그 지도자들을 폄하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허위 정보 확산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카로브스 특사는 “라트비아가 각국과 협력해 FIMI에 제도적 대응을 펼치고 있다”며 NATO 및 EU와의 협력 관계를 설명했다. 라트비아에 거점을 둔 정보 분석 기관 ‘NATO Strategic Communications Centre of Excellence’는 각국 전문가가 모여 오늘날 확장된 정보 환경에 대응한다. 또 라트비아는 인터넷상 허위 정보 유포 문제를 지속 제기해 EU의 핵심의제로 끌어냈다. 현재 EU에선 ‘인공지능 법(AI Act)’과 ‘디지털 서비스 법(Digital Service Act)’을 시행하고 있다.

  마카로브스 특사는 ‘민주주의는 약점과 강점이 공존하는 체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약점은 진실을 믿으려 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며 “민주주의의 강점 역시 거짓이 독점할 수 없다는 데 있으니, 여러분은 비판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후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 라울 모로더(Raoul Moroder, 국제대학원) 씨는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찬반 논쟁처럼 두 개의 학문적 입장이 대립할 때 무엇이 사실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카로브스 특사는 “백신 접종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과학이나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며 “둘 중 더 과학적인 입장을 믿어야 한다”고 답했다. 강연에 참석한 아리스 비간츠(Āris Vīgants) 주한 라트비아 대사는 “라트비아와 한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두 국가 간의 학문적 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승윤(문과대 중문20) 씨는 “다소 생소한 라트비아에서 러시아의 허위 정보 전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FIMI(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 가치, 절차 및 정치적 과정에 위협을 가할 목적으로 수행되는 해외 정보 조작 및 개입.

 

글 | 노진기 기자 nobita@

사진 | 염가은 사진부장 7r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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