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기자
     하동근 기자

 

  내 이마엔 붉은색의 긴 점이 있다. 나는 내 얼굴에 익숙해서인지 그 점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엔 그 점이 꽤 크게 보였나 보다. 초등학교 1학년 땐 급식실에서 ‘이마에 김치가 묻었다’란 말을 들어보기도 했고, 미용사는 유난히 내 이마에 손을 대지 않았다. 부모님도 아들의 이마에 난 점을 걱정했다. 결국 난 대학 병원에서 피부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수술 이후 점은 더욱 커졌다.

  돌이켜보면 그 수술은 순전히 남의 시선 때문에 진행한 것이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에서 내 이마를 바라보고 걱정하면서 자연스레 내 점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콤플렉스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평판을 과하게 신경 쓰면서 허황된 콤플렉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외모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BDD 증후군(Body Dysmorphic Disorder)’이라 부른다. 정상적인 용모를 갖고 있지만, 외적으로 결점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심한 경우 강박증을 앓는다. 50명 중 1명꼴로 BDD 증후군을 겪는다고 추측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질환을 모른 채 살아간다. 벨기에 루뱅대 연구에 따르면 코 성형 수술을 한 환자의 33%가 BDD 증후군이다.

  한국은 인구 천 명당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다. 동시에 한 사람당 성형 횟수가 가장 많기도 하다. 더 나은 외모를 향한 인간의 욕구는 자연스럽다. 물론 그 욕구를 만족하려 수술을 결심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의 자유다. 다만 그중 누군가는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 수술대에 오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란 구절이 있다. 나도 내 이마 위의 붉은 점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봐오니 더이상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얼굴 한구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 당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대로 아름답다. 마치 풀꽃처럼.

 

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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