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성적소수자들이 모여 동아리를 결성한 것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1995년을 전후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4년 연세대학교 동성애자 인권 모임인 ‘컴투게더’를 시작으로, 1999년 서울대 성적소수자들의 모임인 ‘마음006’이 학내에서는 처음으로 중앙동아리로 인정받았다.

본교에서는 지난 해 성적 소수자를 위한 동성애 동아리인 ‘사람과 사람(people to people)'이 중앙동아리로 인정받으면서 일반인들에게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앙동아리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동아리 내부적으로도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는 부원들이 있어 의견이 분분했고, 종교 동아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대의 경우 중앙동아리 인준 과정에서 한 기독교 동아리가 ‘마음 006’ 동아리방 앞에서 단체로 기도를 하며 중앙동아리 인준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이 당당하게 중앙 동아리로 인정된 것은 성적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일반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대표 김영진(가명)씨도 동성애 동아리들의 목적으로 “성적소수자들의 존재를 일반에 알리고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성적소수자들은 일반인들에게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대 ‘마음 006’은 해마다 동성애자 억압에 반대하는 인권 단체인 ‘동성애자 인권 연대’와 협력해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 캠프’와 영화제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 일반인들의 시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교 ‘사람과 사람’도 지난 학기 4.18 기념관에서 사진전을 열어 일반 학우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목소리를 낸다. 또한 매년 1회씩 각 대학의 동성애 동아리들은 연합 모임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를 통해 서로 교류를 확대하며 주요 활동들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서울대 동성애 동아리 ‘마음 006’ 대표 이성준(가명)씨는 “‘성적소수자 동아리’의 이름을 걸고 각종 인권 운동 등 집회에 참여하는 부원들 중에는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날까 참여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며 공식 행사 참가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성적소수자들은 초창기 때에는 PC통신을 통해서, 현재에는 인터넷을 통해 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의 회원은 많지만 그에 비해 실제로 활동을 하거나 모임에 나오는 회원들의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 씨도 “재학생과 졸업생을 포함해 50여명의 부원들이 있지만 아직 커밍아웃을 한 부원은 한 명도 없을 정도다. 타 학교 동아리도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극히 적다”며 커밍아웃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이 씨는 또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기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성적소수자들이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며 아직은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형성된 사상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만 가하고 있다”며 “동성애자들은 일반인들과 하나도 다른 것이 없고 단지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김 씨도 “성적소수자들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라는 것도 아니며, 다만 존재 자체를 부정이 아닌 인정을 바라는 것”이라며, “성적소수자들도 똑같은 인간으로서 대해줘야 한다”며 성적소수자들의 존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린 마음을 호소했다. 

성적소수자들은 주로 개인의 정체성이 확립될 무렵인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식한다. 또한 이들 중에는 성공의 조건이라고 일컬어지는 남성과 여성의 장점을 고루 갖춘 양성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가나 연예인들 중에 동성애자가 많은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이들의 정체성이 확립될 무렵부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사회적 손실이다.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과 점진적인 시각 개선을 통해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기자에게 “왼손잡이와 동성애자의 차이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는 이 씨의 말처럼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열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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