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걸출한 역사가중 하나로 평가받는 에릭 존 에른스트 홉스봄(Eric John Ernst Hobsbawm)은 1917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으로, 그의 가족은 1931년에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했다가 히틀러가 집권하자 1933년 영국에 정착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을 가진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영국공산당에 입당했으며 1946년부터 1956년까지 '공산당 역사가들의 모임'에서 활동했다. 그 자신이 철저한 공산주의자였지만 공산주의의 경직성을 비판하고 이념을 앞세우지 않은 역사 연구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마르크스주의 저술갗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현실 참여로서의 역사, 실천으로서의 역사”이다.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강조하는 경향은 그의 교육, 연구 경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47년부터 노동자나 사회인들을 교육하는 런던 대학의 버벡 칼리지에서 강의했고, 미국의 신사회연구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객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역사가로서 홉스봄의 관심사는 자본주의의 형성과 그 속의 다양한 인간 모습에 집중돼 있었다. 그의 대표 저서인 이른바 시대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에 이런 주제가 잘 나타난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의 역사를 다루면서 번영을 약속했던 부르주아 자본주의가 그 자체의 모순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는 저서를 통해서 부르주아 세계의 파국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붕괴라고 주장했다.    

홉스봄은 역사서술, 사회 이론뿐 아니라 문화,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가 1959년 프랜시스 뉴턴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한 <The Jazz Scene>은 특히 재즈의 저항적 성격을 논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아카데미와 미국 아카데미의 특별회원이며, 지난 2000년 출판된 <노동의 세기, 실패한 프로젝트>등을 비롯해 최근까지 활발한 연구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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