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발효됐다. 생명과학기술의 전반을 다루고 있는 이 법의 제정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부분은 인간배아줄기세포로 이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사회적·윤리적 논란을 낳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근거를 제시해 달라.

구인회 교수  : 배아는 엄연한 인간존재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 생명을 가지게 된다. 물론 전 단계인 정자와 난자도 절반의 인간생명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단계까지 논의하긴 어렵다고 본다. 사냥꾼이 덤불 속에 움직이는 물체가 사람인지 확인이 되지 않을 때는 총을 쏘지 않는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배아와 관련된 연구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상훈 교수 : 황우석 교수팀의 체세포배아복제연구는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을 비롯한 모든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금 단계의 배아연구는 단지 자신의 몸과 다른 세포를 이식할 때 발생하는 면역반응에 대한 해결책으로 ‘면역거부세포’를 만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연유로 현재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이제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형민 교수 : 원래 배아는 게놈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구된 것으로 1998년 톰슨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성공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지금은 300개 이상의 세포주가 존재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가 연구한 치료용체세포는 줄기세포를 환자의 몸 안에 주입시킬 때 생기는 면역기전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줄기세포치료에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아직 젊은 여성으로 난자를 기증받아야 한다는 점, 동물복제에 시험해본 결과 기형이 발생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떠한 줄기세포든 정당한 방법이라면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

△ 윤리적 논란이 적은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인회 교수
 :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배아복제는 비록 치료목적으로 쓰인다 해도 윤리적 문제에 부딪힌다. 비록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성된 수정란이 아니라는 점, 즉 정자를 이용하지 않고 대상자의 체세포의 핵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인간인가 아닌가의 문제에 봉착한다. 하지만 우리가 체세포 복제양 돌리를 ‘양’으로 생각하듯 체세포복제배아 역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성체줄기 세포는 지금도 골수이식 등 환자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에 대해 사회적·윤리적 문제가 발생되지 않으므로, 적절한 연구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아연구에 지원하는 만큼의 자원을 투자해 준다면 그에 못지않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훈 교수  :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 세포를 함께 연구하고 있는 나로선 서로의 장단점을 인정한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서 지적받는 윤리적·사회적 논란이 없다. 하지만 특정 신체부위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배아가 아닌 ‘태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성체줄기세포가 완벽하게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본 견해가 아니라고 본다.

정형민 교수 :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세포가 거론되기 전부터 연구되고 있었다. 성체줄기 세포는 인체 내 조직에서 추출할 수 있지만 워낙 적은 양이라는 점이 문제다. 줄기세포는 암세포처럼 세포노화와 관련된 방어벽이 탄탄하면서도 염색체 정상을 유지하고 잘 자라는 장점이 있지만 ‘대량증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킨슨 병 환자와 같은 경우, 치료에 충분한 만큼 줄기세포를 구하기 어렵다. 더구나 성체줄기세포는 신체 어디에, 어떤 특정한 부분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1만개의 세포를 얻는다면 그 중 오직 1개의 줄기세포를 획득할 정도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들

▲구인회 교수△카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철학박사

▲이상훈 교수△한양대 의대 생화학 교실△생화학 줄기세포 분화 전공

▲정형민 교수△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세포 및 유전자 치료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