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체제의 몰락과 근대 시민사회 형성과 그 역사적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신문매체는 약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20세기의 출발과 함께 시작한 방송매체는 그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여론형성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불과 십 수 년 만에 이들 전통매체와 필적할 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
 
붉은 악마, 노사모, 여중생 장갑차 사건 등에서 보듯이 인터넷은 ‘영 파워’는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잡았다. 인터넷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언>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통신문의 역할을 대치하며 인터넷TV와 현재 한국통신(KT)에서 개발하는 IPTV(Internet Protocol TV)는 KBS, MBC 등 지상파방송을 비롯해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과 치열한 시장 경쟁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생활에 침투하고 있는가. 첫째, 초국경성 때문이다. 전통언론인 신문과 방송이 대체로 민족과 국가를 단위로 그 서비스가 유통되었다면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 명명되는 인터넷은 전 세계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국경을 초월해 신속한 정보유통이 가능하다.

둘째, 인터넷에서는 모든 시민이 기자요 PD이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기자나 PD와 같은 저널리스트가 독자와 시청자를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면 인터넷은 “갑남을녀” “남녀노소” 누구나 정보발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제 뉴스와 여론형성은 기자와 PD만의 몫이 아니다. 뉴스 게릴라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들과 기사들을 인터넷 신문이나 까페에 송신할 수 있다.

셋째, 인터넷은 내용규제와 요금규제의 해방구이다. 전통 언론의 경우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사생황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음란물을 보도 했을 경우에는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인터넷은 이러한 내용규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다. 신문은 구독료를 방송은 수신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는 거의 공짜 서비스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넷째, 인터넷을 자유로운 매체로 성장시키자는 것이 민주주의 구가나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클링턴 대통령 재임 시 미국 정부는 인터넷 음란물을 통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인터넷을 규제한다면 냉각효과(chilling effect)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자유로운 매체로 발전시키는 것이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 보다 유익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의 이러한 정책기조는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과 배경 속에서 인터넷은 성장해 왔지만 현재 그 역기능과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연예인 X파일이나 O양 비디오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사실 여부의 확인도 없이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다. 댓글이나 토론방에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방이 난무한다. 정치의 계절인 선거 때에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 때문에 당선될 후보가 전자 대자보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일부 대학생들은 인터넷 채팅이나 게임에 빠지고 인터넷 카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레포트를 대신 작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법원 판결처럼 무한정 인터넷을 방치하고 관용의 미덕을 계속 발휘해야 할 것인가? 정부와 학부모 단체들은 인터넷을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NO’이다. 한국 검찰은 이미 사이버기동대를 구성하여 인터넷 범죄를 단속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와 야후 채팅방은 실명제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범죄에 대해서는 이를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이제 인터넷 토론 방에서는 사회자가 효율적인 토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나 공공도서관에서는 아동보호를 위해 기술적 차단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음악이나 영상의 무단 복제에 대해서도 최근 판례는 저작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그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제공하던 그 많은 공짜 사이트들도 이제 점점 유료로 변하고 있다. 음란물의 천국이요, 욕설과 상소리가 난무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근거 없이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이제 정부의 개입과 시민단체의 감시의 눈초리도 매 세워지고 있다.

인터넷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도 자유로운 풀뿌리 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매체와 같이 정부의 통제와 감시 속에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네티즌의 건전한 윤리와 절제된 도덕성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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