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테네 올림픽 탁구 결승전에서 유승민 선수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1988년 유남규 선수 이후 16년 만에 중국 선수를 이기고 올림픽 우승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유승민 선수를 훈련시켰던 김택수 코치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제자를 자신보다 더 훌륭하게 키우는 성공적인 멘토모델로 불렸다. 

‘멘토’는 인생의 안내자, 본을 보이는 자, 양육자 상담자, 사부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멘토링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멘토)이 구성원(멘티)을 지도, 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 성장시키는 활동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로 출정을 떠나면서 친구 ‘멘토’에게 어린 아들 텔레마쿠스를 부탁했다. 멘토는 독특한 교육방법으로 텔레마쿠스를 지혜로운 용사로 성장시켰다. 멘토란 말은 바로 이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서 기원한다. 17세기에 프랑스의 페넬롱(Fenelon)이 이러한 신화의 내용을 활용해 ‘텔레마쿠스의 모험’이라는 책을 썼다. 그때부터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써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됐다. 

하지만 비로소 멘토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다. 1978년 예일 대학의 레빈슨 교수는 베스트셀러 <남자의 계절(the seasons of man's life)>에서 “멘토가 없는 사람은 부모가 없는 고아와 같다”는 내용으로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 맥킨지 컨설팅에 의해 출간된 <인재전쟁>을 통해 멘토링이 소개됐다. 기업에서의 멘토링은 해당 분야의 지식 이전과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 실무 현장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상사로부터 업무기술과 기업문화를 전수받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위해 멘토링을 이용한다. 교수와 졸업생의 인프라를 이용해 재학생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한편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조직내에서 인간관계와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한 여성부는 ‘사이버멘토링’을 통해 여성 인적 네트워크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으로, 사회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멘토가 돼 젊은 여성들에게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 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이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위로해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또 한국과학재단이 2002년부터 운영해온 WISE(Women Into Science & Engineering)프로그램은 우수 여성 과학자들이 멘토로 나서 초·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 멘티에게 전문지식을 전하고 과학분야로의 진출을 도와준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보다 편하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멘토링도 활성화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네이버의 직원 134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음미래재단에서 주관하는 ‘E-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E-멘토링'은 성인과 청소년이 인터넷에서 만나 1대1로 결연을 맺고 이러한 관계 안에서 성인(멘토)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멘티)에게 개인적인 후원자, 교사,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지혜 다음세대재단 과장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후원자와 학생들이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해 청소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멘토링을 위해서는 적절한 멘토 선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멘토가 가져야 할 자질로는 멘토링 경험과 해당업무에 대한 전문성, 노하우, 인재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또 멘토와 멘티는 경험과 지식, 배경 등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배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멘토링코칭센터 이용철 원장은 “멘토링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하는 유용한 도구이다. 하지만 피상적이 아닌 체계적 접근을 통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간 지식과 경험의 전수체계로 자리잡고 있는 멘토링이 지속적인 사회발전을 가능케하는 또다른 교육시스템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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