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번호 1번부터 나와서 나를 때려라.”
선생님이 매를 들고 소리치셨다.
선생님이 학생더러 자신을 때리라니, 마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어느새 교실은 눈물바다가 됐다.
“내가 너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잘못 가르친 탓이다, 어서 나를 때리라니까!”
차마 학생들이 때리지 못하자 선생님이 스스로 당신의 종아리를 치기 시작하셨다. ‘탁, 탁, 탁...’
소리가 한번씩 울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다.

사건이 있었던 그 날은 마침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이면 으레 그렇듯 스승의 노래를 부르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2학년 선배가 어떤 봉투를 가지고 온 것은.

누군가가 말했다. “저거, 돈 봉투 아니야?” 순간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고 그 소리가 선생님 귀에도 들어가고 말았다.
그 봉투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 봉투로 밝혀진 것은 그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5월 15일,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 언제부터인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뭔가 께름칙한 날이 되어가고 있다. 한 교육청에서 스승의 날 촌지수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의 소지품 검사를 했다는 말이 들린다. 또, 어느 고교에서는 찬조금으로 물의를 빚은 학부모회 자녀들의 내신이 유리하게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승의 날을 학년이 끝나는 2월로 바꾸자고 주장도 나온다. 촌지의 부담을 덜고 원래의 취지를 살리자는 의미다. 이러한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분명 그게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스승의 날에만 촌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계 전반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무리 돈 앞에 뭐든 무릎 꿇는 세태라고 하나 교육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라는 것, 이는 어쩔 수 없는 기대다. 교육은 ‘참되고 바르게’,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지 않은가. 그러기에 스승의 어깨는 그 누구보다도 더욱 무겁고, 소수의 과오가 교육계 전체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 

스승의 날, 더 이상 교사와 학부모가 피하고 싶은 날이 아니라 진심으로 스승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는 날이 되길 고대한다.
그 날 선생님이 스스로를 때리신 매의 의미가 더는 퇴색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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