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가 독배(毒杯)를 들기 전에 남겼다는 유명한 말이다. 이 일화는 과연 악법도 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명확한 답이 없는 이 의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연법과 실정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법은 분류하는 기준과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법이 규율하는 생활관계에 따라 공법이나 사법, 사회법으로 분류하기도하고, 법의 존재 형식에 따라서 성문법과 불문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 자연법과 실정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따라서 앞선 의문에 대해 자연법론자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고 주장할 것이며 법실증론자는 ‘악법도 법이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는 모두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각각의 고유한 근거와 논리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사상은 어느 하나가 우세하다고 할 수 없으며 모두 중요성을 갖고 있다. 자연법론은 전통적 자연법론과 근세적 자연법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 자연법론의 경우 이미 고대에서부터 연구되기 시작했고 근세적 자연법론은 17세기 이후에 등장한 이후로 당시사회철학 사조와 맞물려 당시 법사상학을 지배했다. 법실증주의는 19세기 이후에 자연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실증주의적 사고의 발달로 형성될 수 있었다. 특히 서양사회에서 실정법이 확립되면서 법실증주의가 대두되었는데 20세기에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이뤄진 후, 실정법에 대한 회의와 함께 자연법이 다시 한 번 주목받기도 했다.

과거에는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가 대립적인 관계 또는 양자택일적인 관계로 이해되었다. 이 둘의 양극성(兩極性)은 법철학에서의 오랜 논의의 주제였다. 또한 법철학자라면 자연법론자냐 법실증주의자냐라는 선택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제3의 길’이나 ‘극복’의 방법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제 3의길’에 대표격으로는 라드브루흐 법철학을 꼽을 수 있는데, 라드브루흐는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 이 부정의한 내용의 법률은 정의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라드부르흐 공식'을 말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법철학은 자연법론이나 법실증주의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그 둘의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김학태(한국외국어대 법학과)교수는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는 많은 부분 상충되는 면이 있다”며 “이에 대한 논의는 법의 의미와 이론을 고찰하는 법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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