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분과에서는 ‘매체 혁명의 한국문화(Korean Culture an Era of Media Revolution)'를 큰 주제로 삼고 5명의 석학들이 논문을 발표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미래사회에서 문화의 중요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크 오제(Marc Auge)교수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주임교수를 지냈으며 현대세계의 인류학, 장소와 비장소 등에 대해 연구 업적을 가지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과학의 발달은 미래의 양이성(상상할 수 없는 것, 상상한 적 없는 것)을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에서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과학에 대해 고찰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의 발전은 무지를 함께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수의 지식인들은 과학의 발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돼있는데 반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지식격차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교육유토피아를 실현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피에르 레비(Pierre Levy)교수는 오타와 대학교(Ottawa)의 집합적 지식연구 교수이며 <지식의 나무>, <디지털 시대의 가상현실>등의 저자다.

그는 쓰기 시스템의 개발, 인쇄술의 개발이 끼친 영향에 대해 언급한 뒤 사이버 스페이스의 특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유비쿼터스, 인터커넥션 속성은 엄청난 문화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의 발전에 비해 문화(사회과학)의 속도가 더딘 이유를 “공간이 분열되어 있고 언어의 사용이 각기 다르게 이뤄져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렇다면 메타언어를 구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메타언어에 대해 필요성을 언급했다. 메타언어란 의미를 공식화 하여 세계적으로 뜻이 통하는 인공적 언어를 말한다.

카라타니 코진(Karatani Kojin)교수는 오사카 킨기 대학교(Osake Kinki)의 인간과학국제센터 소장이다. 그는 “1880년대 일본은 동아시아 문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서구적 문물을 받아들였다”며 일본식 근대화의 성격에 대해 말했다. 이어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아시아는 하나다’를 주창한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에 대해 설명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제국주의를 버리고 아시아의 연대감 역시 포기한다. 코진 교수는 “근대이후의 역사가 60년 주기로 패권국이 바뀌어왔으므로 우리가 처한 상황은 60년 전 혹은 120년 전의 상황과 닮아있다”며 “120년 전인 1880년대의 모습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880년대는 일본이 근대국가를 위해 탈아시아를 재촉한 시기이다. 따라서 김 명예교수는 “예술방면에서 동아시아의 단일화를 꿈꾼 오카쿠라를 조명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연대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창(문과대 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는 ‘예의’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예의는 서로의 체면을 살려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의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모습은 국제적 관계에까지 확장하여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 명예교수는 “예의를 중시한 다산 정약용의 사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르신에 대한 공경, 국가에 대한 공경의 강조로 비대칭적 윤리적 헤게모니가 생겨났고 서양에 비해 동아시아에서는 심리학, 감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유의 공간>, <새천년의 한국인 한국사회>를 지은 도정일 교수(경희대 영어영문학과)는 ‘현대 한국사회의 문화적 의제’를 주제로 발표했다.그는 “하버드 정치학자들은 경제발전의 성공 요인은 발전에 유리한 문화적 가치들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앞에서 언급된 문화적 가치란 ‘번영, 민주주의, 사회정의’를 의미하지만 정작 한국이 경제성장과 발전의 성과를 거둔 것은 32년간의 군사정권시대인 점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군사정권이 종료된 지금 자유는 세계적 전체주의라 할 수 있는 경제권력에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화적 가치들이 부정되고 주변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 교수는 “문화적 가치를 지키려는 시민사회세력과 그 반대세력에서 싸움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은 자유를 향한 한국 사회의 또 한 차례의 싸움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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