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한 붓의 놀림 행위자체 만은 아니다. 어떠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다고 할 때, 작가의 동기, 시대의 변화, 대상과의 관계에 따라 그림의 내용도 달라진다. 그림의 내용은 작가가 살던 당시의 사회를 담아내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몸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양사에서 나타난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몸에 대한 철학은 어떤 모습일까.

고대 석기시대 동굴벽화에는 동물의 몸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동물의 몸은 그들에게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아직 그들에게 자신의 육체는 자신의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발달하면서 자연과 인간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스 시대의 경우에는 육체에 대한 지배야말로 자유인의 교양에 속했다. 미론(Myron)의 <원반 던지는 사람>의 조각이 이에 속한다. 또한 육체와 정신은 분리되어 육체를 비합리의 근원으로 정신을 합리성의 원천으로 인식하거나 육체와 정신을 둘 다 기계적인 합리성의 원천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다. 르네상스의 인본주의 정신은 인간의 육체와 감성이 인간 정신의 지위로 점차 상승하게 했다. 결국 세계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눈과 감성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인체해부도>가 대표적이다.

절대주의 시대에는 인간의 육체는 여성으로, 정신은 남성으로 묘사되면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가 정당화되면서 역시 정신의 육체에 대한 지배가 정당화됐다.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의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이 대표적인 예다. 19세기에는 사실주의 기법이 발달하면서 몸의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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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에 서양미술의 논리가 미술비평가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의 ‘모더니즘 미술이론’으로 정리되면서 이후에는 육체를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현대에서 논의되는 육체의 담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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