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라는 곳에서 ‘벌어질 것 같은’ 치료는 그것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일으키는 이미지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만일 신체가 아닌 마음과 정신이 다른 사람에게 평가 받고, 인위적으로 변화되는 곳을 상상한다면, 그런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신과의 진단과 치료에서는 환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고통 받는 것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방법’으로 도와주고자 한다. 정신의학은 의학의 한 분야로 최근 가장 발전하는 분야 중의 하나이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은 수 십년 전에 비해 별로 변함이 없다.

정신과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신건강문제는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일종의 ‘질병’이고 의학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한 것들이다. 다만 정신건강문제의 특성 때문에 인간의 마음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 다른 분야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의학, 특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고통 받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주저 없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정신의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정신의학에 대한 오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대 정신과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정신치료,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 등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정신치료는 인간의 정신현상을 프로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정신의학자들의 이론에 근거해 해석하는 역동정신의학의 주된 치료법이다.

정신치료에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해주고 환자를 지지하고 안심시켜주는 지지정신치료(supportive psychotherapy)로부터 환자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통찰을 갖도록 도와주는 심층분석치료까지 다양한 단계가 있다.
정신치료의 가장 큰 특징은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치료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면담과정에서 과거 및 현재의 기억, 갈등, 감정 등이 드러나고 새롭게 정리된다.
자신의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자기자신(Self)’을 이해하고 실현해가는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의 과정이기도 하다. 환자가 자신의 무의식적인 측면을 이해할 때 고통을 유발하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고 해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므로, 의사는 환자가 무의식을 탐험하는 과정을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정신치료는 증상의 무의식적인 의미나 상징적인 뜻을 환자 자신이 깨닫도록 도와주고 증상을 야기시키는 자극을 건강한 방법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해 준다. 정신치료에서 일 회 면담은 45분 정도 되고, 빈도는 주1회부터 주 5회까지, 기간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으로 정신치료     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정신현상은 과거와 달리 보다 객관적이고 생물학적인 기전으로 설명되고 있다. 정신약물학의 발전은 대부분의 정신과적인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약물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초기의 약물들은 부작용이 문제가 됐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물들이 개발돼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신과 약물은 의존성이 있다든가, 내성이 생긴다거나,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든가, 신경을 마비시킨다든가 하는 일반인들의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약물치료는 정신치료에 비해 효과가 빠르고 경제적이라는 측면에서 현대 정신의학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과 마음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있어서 약물만으로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선택하더라도 환자를 이해하려는 정신 치료적 접근은 여전히 중요하다.

행동치료는 증상의 형성에 관계돼 있는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을 보다 바람직한 행동으로 대치하는 방법이다. 증상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행동요법으로 ‘체계적 탈감작법’이 있다. 불안을 야기시키는 원인을 약한 것부터 심한 것까지 단계적으로 목록을 작성한 다음, 이완을 충분히 한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그 상황을 극복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치료는 증상과 관련된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수정함으로써 기분과 행동까지도 변화시켜 임상적인 증상을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환자가 가지는 부정적 사고, 잘못된 가정이나 가설을 보다 더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정신치료보다 단기간으로 일정한 단계별 스케쥴을 가지고 진행된다.
정신적인 증상은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불안할 때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던가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이나 이완요법은 보통은 의식적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 신체기능을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체 증상 및 불안과 관련된 증상들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어느 정도 연습이나 조건화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바이오 피드백은 근전도, 뇌파, 호흡 등의 상태를 기구를 통해 스스로가 매 순간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줘 환자가 긴장이나 이완 상태의 생리적 차이를 알아차리고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완요법에는 명상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전자기를 이용하여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 자기 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이나 전기 자극 치료 등의 치료법이 있다.

함봉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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