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신화를 특정한 기준에 의해 비교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신화에 따라 만들어진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정확히 알 수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지 현재 남아있는 신화를 무차별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신화가 과연 다른 신화들과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또 어떤 점에서 다른가라는 궁금증을 떨치기 쉽지 않다. 특히 그리스 신화에 대한 열풍이 몰아닥치고 난 후에 우리 신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더욱 강렬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러한 시도를 하려한다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뿌리내린 삶의 경험들을 아울러 낸 여러 신화들을 비교한다는 일이 무모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항상 전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서양 신화들이 대체로 우주 생성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대로부터 인간들이 이 세계가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걸로 보인다. 현재 문헌상으로 남아있는 서구의 많은 신화들이 우주생성신화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우주창조신화와 구별해야만 한다. 우주생성신화는 최초의 신성한 존재를 여성 혹은 어머니로 형상화한다. 우주와 자연의 법칙과 질서를 살펴보면서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낳듯 위대한 어머니 여신이 우주를 낳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주창조신화는 역사적으로 인류의 문명이 약간 발달한 후대에 나타난다. 대개 인간이 무엇을 만드는 것과 같이 아버지 신이 우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 문헌 속에는 우주생성신화에 대한 자료가 없다. 우리가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알고 있던 가장 오래된 신화는 단군신화였다. 그렇지만 단군신화는 건국신화의 일종으로 우주생성신화는 아니다. 현대에 들어서 많은 학자들이 뒤늦게 서사무가들을 채록하여 한국 신화를 새롭게 정리한 창세에 관한 서사무가들 중에서 가장 먼저 채록된 것으로 보이는 함경도의 <창세가>를 살펴보자.

그것은 ‘하늘과 땅이 생길 때 미륵이 탄생했고 하늘과 땅은 서로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시작한다. 엄격히 말하자면 여기서 우주생성신화의 단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최초의 우주의 상태를 인격화하거나 또는 최초로 우주를 낳거나 만든 신적인 주체가 나타나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륵은 하늘과 땅이 생긴 이후에 태어난 신으로 모든 것을 만든 신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평안한 삶을 위해 질서를 주는 신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최초의 우주가 아직 하늘과 땅이 분리되지 않은 혼돈의 상태로 보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와도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 역시 우주가 생겨난 후에 최초로 하늘과 땅이 어떻게 분리되었는지에 관심을 갖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신화는 우주의 기원 자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우주의 질서와 조화에 관심을 보이는 이야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에서 흔히 보이는 신들의 계보나 신들의 세계의 위계질서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나아가 함경도 <창세가>에는 신들 간의 경쟁도 아버지가 아들과 대적하고 전쟁을 벌이는 그리스 신화와는 달리 꽃피우기 시합을 하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비록 우주창조신화에 국한하여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우리 신화를 그리스 신화와 비교해보면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에 따라 신화의 주요 서사와 상징들이 변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신화는 우리의 영원한 삶의 역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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