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라는 용어를 가장 처음 사용한 존 그리어스에 의하면 다큐멘터리는 있는 사실을 단순히 발견·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가 좀 더 잘 돌아가도록, 혹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소개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다큐멘터리는 △역사 △과학 △자연 △문화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역시 우리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것은 인간을 소재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통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소재로 그 안에 투영된 시대 상황을 통해 보편적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을 휴먼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휴먼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것은 1960년대 말, 박정희정권 때였다. 따라서 초기 휴먼 다큐멘터리에는 새마을 운동, 사회봉사 등 정부 주도의 사업에 헌신하는 개인의 모습이 미화돼 나타났다. 이후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평범한 보통 사람의 일상사로 변화한다. 이 주제는 다시 세속적이고 개인적 차원의 성취강조로 넘어갔다가 2000년 이후에는 극적인 인간 드라마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휴먼 다큐멘터리를 이종수(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교수의 <TV리얼리티>에 따라 시대별로 나누면 1964년부터 현재까지 5기로 분류할 수 있다.

1기는 1964~1980년을 이르는 말로 KBS의 <인간승리>와 TBC의 <인간만세>가 만들어진 시기이다. 이 시대 휴먼 다큐멘터리는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봉사나 새마을 운동을 통해 인간의지 실현을 주제로 하는 교훈적 성격의 다큐멘터리였다. 따라서 정치적 홍보색을 띠고 있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2기는 1980~1987년으로 <인간승리>의 종영과 함께 휴먼 다큐멘터리가 휴식기를 맞이한 시기이다. KBS의 <인간시대>와 MBC의 <사람과 사람들>이 2기의 대표적 다큐멘터리이다.
3기는 1987~1997년까지로 <인간시대>류의 다큐멘터리가 주된 경향이었다. 즉, ‘보통사람’의 일상사와 삶의 현장에서 포착되는 사회적 진실들이 강조되는 때였다. 이 시기에 휴먼 다큐멘터리의 장르가 정착하게 된다.

IMF로 인해 경제적 위기를 맞이한 1997~2000년을 4기라 한다. IMF의 위기 탓에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이 휴먼 다큐멘터리의 한 역할이 됐다. 당시 이 역할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낸 것은 MBC의 <성공시대>였다.

5기에는 KBS의 <이것이 인생이다>같은 재연 활용 다큐멘터리, <피플 세상 속으로>등의 매거진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류의 미니시리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포맷을 지닌 휴먼 다큐멘터리가 등장했다.

따라서 현재 휴먼다큐멘터리는 다양한 TV프로그램 포맷 개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보수성과 리얼리티의 오락화, 사생활 침해 등 휴먼다큐멘터리가 극복해야할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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