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수), 17일(목) 양일간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부산국제민중포럼(이하 민중포럼)은 외국 시민운동가들의 참여로 각국이 처한 상황과 시민운동의 현황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실천적·구체적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 ‘부산시민행동’의 주최로 열린 민중포럼에는 시민운동가들의 발제와 함께 부문별 워크샵이 열렸다.

첫 날 오전 전체토론 1부에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그리고 민중의 대응’을 주제로 아키모토 요코(秋本洋子), 존 비첨(John Beacham)씨 등의 발제가 있었다. 일본의 반세계화운동단체(ATTACJAPAN)에서 활동하는 아키모토 요코 씨는 현재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반대하는 운동현황을 설명하며 “일본뿐만 아니라 전쟁에 반대하는 많은 나라들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전쟁확산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전단체 전쟁·인종차별 종식 연합인 ANSWER의 존 비첨 씨는 ‘아펙과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주제로 한 발제문에서 미국내에서도 빈부격차와 전쟁반대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며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을 주장했다. 시민운동가들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의 큰 흐름인 국가별 연합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어진 오후 전체토론 2부에서는 해외 시민운동의 상황과 입장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국제농민단체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의 운동가 알리 파흐미(Ali Pahmi)씨는 인도네시아 내 인구의 6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해외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설명했다. 홍콩민중통합의 엘리자베스 탕(Elizabeth Tang)씨는 “아래로부터 함께 할 수 있는 동맹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민중포럼을 교두보로 삼아 정부·기업 연맹에 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시민운동가들의 발표를 들은 김민영(부산대 특수교육과02)씨는 “APEC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APEC으로 인한 문제가 어느 한 국가에 처한 상황이아니라 모두가 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의 발제가 끝나고 학생회관, 사회관 등 부산대 캠퍼스 곳곳에서 ‘신자유주의/APEC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범국민교육연대’, ‘전국빈민연합’ 등의 주최로 주제별 워크샵이 진행됐다. △아펙에 반대하는 여성 △교육시장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펙과 빈곤, 한국정부의 빈민탄압 등의 6가지 주제로 이틀에 걸쳐 열린 워크샵에서는 전체토론에서 발표된 내용보다는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들이 오고 갔다.

3부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주요 의제와 공동행동계획’을 주제로 열린 전체토론에서는 전날 열린 워크샵의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와 함께 반 APEC 단체에서는 다양한 저항의 촉구 및 세계민중의 연대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산민중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민중포럼에선 외국의 시민운동가뿐만 아니라 국내의 시민운동가들도 대거 참여해 서로의 의견교환이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이 도출되지는 못했다. 6개의 워크샵이 진행됐지만 마지막 날 그 결과만을 발표했을 뿐 거기에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찾지는 못했다.

태국에서 이번 민중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자크 차이(Jacques Chai)씨는 “이번 민중포럼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무엇보다 토론의 시간이 필요했고 포럼의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며 “포럼에 참가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포럼에서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한 류미경 아펙반대 국민행동 포럼팀장은 “이번 포럼으로 아펙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보고, 토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의논하는데 개최의의가 있다”며 “이번 포럼이 국제 연대가 강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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