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시대와 더불어 그것의 성격과 내용이 변해왔다. 출판계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오늘날의 동화는 또 한 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민족의 암흑기라 불리던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대, 동화는 ‘계몽성’을 중시했다. 그 당시 동화는 ‘어른의 기준에 맞는 어린이’를 양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에 따라, 동화는 교훈적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고 ‘문학’이 아니라 ‘교육용 자재’로서의 역할이 더 강조됐다.

그리고 지난 1960∼1980년대 역시 아동 문학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때는 극단적인 ‘교훈주의’가 전면에 대두됐으며, 공상은 ‘시간 낭비’란 생각 속에서 사실주의가 강조되어 역사의식, 사회의식을 강조하는 책이 주로 출간되었다.

199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는, 교훈보다 재미를 강조한 동화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출판되기 시작,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감동을 주는 감동 문학이 동화의 기능으로 자리하게 됐다.

오늘날 동화에 대해,‘어린이들도 문학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한편으로는 △교훈주의 탈피 △현실성 추구 △다양한 소재 및 형식의 계발 △우리만의 동화 개발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먼저 동화가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또 한편으로는 교훈주의에 젖어있다는 데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와 관련, 최옥미 「사계절」출판사 아동·청소년 팀장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교훈주의’는 지양해야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작품이 지나치게 가벼워진 경향이 있다.”며 “교훈주의를 벗어나면서 생활문학으로만 빠져 너무 가벼운 소재만을 다루는 지금의 해결책은 옳지 않다.”라며 ‘모’아니면 ‘도’식의 출판경향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미디어 같은 시각매체와 시대의 조류에 맞춰 앞으로 동화가 지향해나갈 점으로 꼽히는 것이 현실성의 추구이다. 현재 생활동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일상적인 얘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깊이 있는 시각에서 작품을 내보내기보다 단순히 신변잡기적인 시각에서 글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동화가 독자인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진지한 고민이나 생각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시중에 나와있는 동화는 ‘친구와의 다툼’이나 ‘가족 간의 사랑’등 상투적인 주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신옥희 도서출판 「보리」편집장은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라고 환상적인 얘기만 해주는 것은 옳지 않다. 삶과 죽음, 병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소재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동심 천사주의’중심의 글쓰기를 비판했다 .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 형식의 계발 역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즐기는 문학은 소설, 시 등과 같은 대 분류를 제하고도 소설 내에서도 역사, 과학, 심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종류가 많다. 반면, 동화 같은 어린이 문학은 상대적으로 딱딱한 논픽션(non-fiction)분야는 물론이고 픽션 분야도 공상적인 내용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논픽션 분야는 우리 나라의 어린이 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써지기 힘든데다 전문적인 필자도 부족하다”는 「창작과 비평사」 어린이 팀 김태희 씨의 말에서 엿보이듯이  탄탄한 작가 층의 확보와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우리 나라의 정서에 맞는 작품 발굴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각 지역의 특색있는 말씨, 식민지나 분단을 통한 역사적 배경 등 우리 민족만의  특징에 맞는 동화의 개발이 부족한 상태다. 아동문학이 붐을 이루면서 유명 번역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거기에 시각적인 이미지를 가미해서 단순히 팔리는 동화를 만들어 내는 출판사가 대거 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한편,“동화는 시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데 현재의 동화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 같다.”며 “긍정적,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는 중에 앞으로 작품성을 강조하는 뚝심있는 출판사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이재복 아동문학 평론가의 말처럼 동화가 담아내는 내용이 더 참신하고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제대로 된 동화를 찾을 수 있는 독자의 현명한 선택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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