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들은 매년 4월 18일이면 국립 4.19 묘지까지 구호를 외치며 달린다. 1960년의 4.19 혁명과, 그 토대가 된 본교생들의 4.18 의거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4.19 혁명은 부패한 이승만 정권에 반대한 전 국민적인 궐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4.19 하루 전 날에 있었던 4.18 의거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들은 줄고 있다. 본교생들은 4.18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일부 과반에서는 신입생과 재학생들을 위해 ‘4.18 간담회’를 개최한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1960년 4월 18에 있었던 본교생들의 시위에 대해 배우고 그 정신을 토론한다. 그리고 단순한 마라톤이 되지 않기 위해 현재에 맞는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한다. 달리면서 외치는 구호 또한 이 자리에서 정해진다. 또 4.18 기념행사의 방법들을 강구하며 여성과 장애인들이 참여할 방안도 생각해 본다.

4.18을 생각하는 뜻 깊은 시간이지만 과별 간담회에는 20명 내외의 학생만이 참여하는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4.18 간담회에 참석했던 황준환(정경대 행정05)씨는 “4.18 구국대장정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좋았지만 참여가 저조해 토론이 빈약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문선공연을 하는 각 단과대의 문선패들은 4월 초부터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4월 18일 당일 공연을 펼치기 위해 2주간 매일 연습을 하고 세미나를 통해 4.18의 의미를 토론한다. 이들은 공연하기 전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정경대 문선패 ‘돌개바람’에서 공연했던 박혜림(정경대 행정05)씨는 “장기간의 연습과 시험기간과도 겹쳐 힘들고 부담스러웠지만 공연을 마친 후에는 뿌듯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의 4.18 행사가 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없이 형식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환욱(문과대 한문00)씨는 “예전에는 사회현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손수 구호를 정했다”며 달라진 4.18 행사를 비판했다. 정 씨의 말처럼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나 간담회가 없는 과반의 학생들은 4.18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통과의례로만 알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성만재(생명대 식자경05)씨는 “학교행사라고만 알고 참여했다”며 “4.18에 대해 모른채 참가해 묘지에서 참배를 하면서도 별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수근(인문대 북한05)씨도 “안암캠퍼스 학생들과 함께하는 큰 행사라서 참여했다”며 “대자보를 통해 대강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창캠퍼스에서는 매년 버스 십여 대를 빌리지만 참여인원이 전체학생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러한 현상의 큰 원인은 참가 학생 스스로 4.18에 대해 알고자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4.18 간담회를 개최하는 과반이나 이에 참여하는 학생도 소수에 불과하다. 간담회 외에도 책이나 신문을 찾아보거나 행사 당일 나눠주는 전단지를 통해 4.18에 대해 간략하게 알 수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은 드물기만 할 뿐이다.

‘4.18 구국대장정’은 선배 학생들의 의거를 기리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해보는 행사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학생 참여도 함께 주는 형편이다. 임동민(문과대 한국사학과04)씨는 “4.18 구국대장정을 통해 각자의 신념을 세우고 그 신념대로 행동하는 의지를 키웠다”며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이진한(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학창시절 하루 종일 마라톤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이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학생으로서의 의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매년 4.19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한다. 서울 북부지역 대학 총학생회장단 연석회의에서는 ‘4.19 혁명정신 계승 뜀박질’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성균관대 △국민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한성대 등 서울 북부지역 대학생 2000여명이 참여한다. 각 학교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4.19 기념탑까지 뛰고 중간지점에서 ‘북부지역 대학생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 ‘북부지역 대학생 한마당’ 행사는 각 학교의 노래패 및 율동패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서울대도 자체적으로 서울대입구역에서부터 신림역을 지나 봉천동까지의 코스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충북대도 총학생회의 주관 아래 ‘4.19 뜀박질’을 열어 교내 곳곳을 돌며 4.19 정신을 계승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관심을 얻지 못해 일부 학생만 동참하고 있다.

4.18 구국대장정을 뜻 깊은 행사로 만드는 것은 참가하는 학생 개개인의 몫이다. 4.18 구국대장정, 단순한 마라톤 대회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시 고대인들의 의거를 기억하며 그들의 패기와 신념을 본받는 계기가 돼야하지 않을까.

2004년도 4 ·18 구국대장정 행사에 참여한 본교생들이 정문에서 뛰어나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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