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사랑에서 ‘자게역술’ 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던 선배에게 손금을 봐달라고 한 적이 있다. “저, 몇 살에 결혼해요?” “음, 26살로 나오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바삐 살다 삼십대 쯤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로서는 ‘26살’ 에 한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26살의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런지. 손금이 말하는 운명대로 교우회관에서 웨딩마치를 올리고 있을까?

‘운명론’. 모든 일은 정해진 때와 장소에서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하는 사상. ‘운명론자’ 들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것도 오래 전부터 결정된 ‘운명’ 이라고 말한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 에서 데이빗(톰 크루즈)이 차안에서 동반자살하려던 줄리(카메론 디아즈)와 다투다 교통사고로 얼굴을 다친 것 역시 ‘운명’ 이다. 그녀의 차를 타고 안 타고는 전적으로 그의 ‘선택’ 처럼 보이지만, 그것 역시 ‘운명’ 에 의해 결정된 ‘선택’ 이라는 것.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년운을 알아보러 토정비결을 본다. 수능을 앞두고 점 집에는 자식의 합격운을 알고 싶은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토정비결에 나온 일년운수가 대통이면 즐거워하고, 점쟁이의 불합격이라는 말에 낙담한다. 이렇게 정해진 ‘운명’ 이 있다고 생각하며 끌려다니는 그들은 줄에 의해 움직이는 무대 위의 인형, 마리오네뜨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 무표정한 마리오네뜨가 되고 싶은가. 하늘이 전한 운명에 지고만 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두 눈을 뽑아버린 오이디푸스가 되고 싶은가. 그대, 운이 없는 손금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운명선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아가라. 운명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각칼로 새로운 운명선을 파내며 운명과 진정 ‘맞짱’ 뜰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자가 되어라.

권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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