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MBC 대학가요제가 닷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30회를 맞이해 MBC에서 특별무대를 꾸미는 것 외에도 올해 대학가요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12팀 중 2팀이 본교 출신이라는 것. 본교를 포함한 3개 대학 연합팀인 Lampost(리더=박지훈·사범대 지리교육01)와 본선 진출 팀 중 유일하게 솔로인 임채홍(의과대 의학00)씨가 그 주인공이다.

▲ Lampost의 기타리스트 김영균(부산예대 실용음악05)씨. 이하 사진=박진일, 박가희 기자
사벌상주예술촌
Lampost는 경상북도 상주시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상주 예술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상주예술촌은 폐교를 활용한 곳으로, 화가와 연극인 등 예술인이 머물며 연습하는 장소다. Lampost는 이곳 강당을 빌려 악기와 녹음시설 등을 갖춰놓고 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콩트로 보여드릴까요?”
대학가요제 2차 예선에서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룹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다. Lampost는 2차 예선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2분 동안의 콩트에 담았다. 리더인 박지훈 씨는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새터 때부터 촌극 참 자주 하잖아요”라며“당시 김현철 씨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고 말했다.

본교생 3명과 상주대, 부산예술대생 각각 1명으로 이뤄진 그룹 Lampost. 이들이 모여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기까지의 사연이 파란만장하다.

리더인 박 씨가 어학연수 기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들게만 느껴지던 타지생활에서 찾은 돌파구가 어린 시절 이후 잊고 지냈던 대학가요제다.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해 예정보다 6개월 일찍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박 씨는 본교 사범대 노래패 ‘함성’에서 친하게 지내던 후배 김수진(사범대 컴퓨터교육03)씨를 드럼으로 이선민(사범대 국어교육03)씨를 베이스로 해 팀을 결성했다. 그러나 기타와 신디사이저를 맡을 멤버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타 김영균(부산예대 실용음악05)씨는 2차 예선 3일 전에야 합류했다.

가로등

▲ 상주예술촌에서 본선 진출곡 <가로등>을 연습하고 있는 Lampost팀원들.
“저희 노래가 <가로등>이거든요. 영어로는 lamppost인데 발음의 편의를 위해 ‘p’를 하나 뺀 거죠. 그래서 가로등의 가로등입니다(웃음)” 팀명 ‘Lampost’의 뜻을 묻자 드럼 김수진(사범대 컴퓨터교육03)씨가 웃으며 답했다. <가로등>은 세상살이가 답답한 사람들에게 가로등처럼 한 줄기 빛이 되는 노래란 뜻이며 민중가요의 성격이 많이 담겼다고 한다. 대학 내에서 사라져가는 민중가요를 알리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대학가요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 약속 시간에 멤버 한 명만 지각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가 없고 서로의 음악 코드가 분명해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또한 연습과 방송국 일정 때문에 개강하고도 거의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4학년이라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본선에 진출하게 돼 기쁘다”며 “고대에서는 아직 본상을 탄 적이 없는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하는 김 씨의 표정은 밝았다.

▲ 임채홍(의과대 의학00)씨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7년 만에>를 부르고 있다.
본선 진출로 이어진 4학년의 마지막 도전
올해로 4학년이 된 임채홍 씨. 유재하 음악가요제에 4번 도전했지만 4차례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대학가요제에 지원했다. 본선 진출 소감을 묻는 말에 “취미로만 해왔던 작곡이 대학가요제에서 꽃 피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7년 만에
대학가요제 출전 곡 <7년 만에>는 스무 살에 순수하게 짝사랑했던 사람을 잊고 지내다가 7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의 느낌을 표현했다. 이 곡의 특징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임 씨는 “비트가 없는 곡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직접 공략하는 것이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작곡에 홀린 사람
임 씨는 의과대학 락 동아리 ‘히포피언스(Hippopience)’에서 2년간 활동하며 어깨너머로 작곡법을 배웠다. 그러나 머릿속에 흐르는 노래를 코드로 잡아내는 것에 한계를 느끼면서 본격적인 작곡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재즈피아노 강좌를 다운받아 듣고 좋아하는 곡은 따로 분석해보면서 코드를 공부했다. 임 씨는 작곡을 할 때 곡의 테마를 정해 피아노 앞에서 흥얼거리면서 생각나는 멜로디를 잡아낸다. 그리고 거기에 조금씩 살을 붙이면서 가사와 곡을 동시에 쓴다고 한다.

▲ Lampost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김수진(사범대 컴퓨터교육03)씨
피아노 치는 의대생
임 씨는 “대학가요제에서는 의대생이란 신분보다는 노래에 주목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한다.  대학가요제에 입상 해 가수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임 씨는 “대학가요제가 끝나면 내년 1월에 있을 국가고시 준비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작곡을 계속한다 해도 돈을 벌 목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솔로가 연습하는 법
임 씨는 연습을 한 번에 많이 하기보다는 하루에 네, 다섯 번씩 매일 하려고 한다. 남은 기간에는 고음처리 연습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라고 한다. 임 씨는 “2차 예선 때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많이 떨렸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가요제 당일 떨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무대에서 그들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선 12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학가요제는 오는 30일(토) 대구 경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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