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피납된 한국인들이 40여 일만에 돌아왔다. 장마가 사라지고 우기가 지속된 여름내내 국민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일이 일단락된 것이다. 비록 2명이 탈레반에 의해 무도하게 살해됐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이번 아프간 피납사건은 당사자와 가족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전체가 큰 비용을 치르고,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과제와 교훈을 남겼다. 그 중에서 개인과 국가, 자유와 책임의 경계와 범위에 관한 물음이 고민의 출발점이다. 정부의 여행자제권고를 무시하고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위험지역에 들어갈 때, 개인은 어디까지 책임 질 수 있으며 져야 하는가?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지고 강제할 수 있는가?

국가와 종교, 문화가 중층적으로 얽히고, 상호영향을 주는 현대사회에서 전혀 예상 못하고 감당키도 어려운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곳이 오늘날이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의지가 그 당사자의 책임범위를 넘어 사회적인 책임과 세계적인 영향꺼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권력이 규정한 경계선 안에만 머문다면 개인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며 타율적인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인질석방의 과정에서 테러단체와 대면협상이 한국 정부에게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이는 국제사회에 나쁜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차후에 해외에서 한국민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쉽지 않은 일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이들은 돌아왔다. 이 다음에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리는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일을 너무나 쉽게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묻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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