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대학 내에서는 유흥을 위한 축제 기간에도 다양한 학회와 동아리들이 주최해 학생들이 진행하는 ‘학술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명맥마저 남아있지 않다. 대신 학생들은 방청석에 앉아서 질의응답에나 참여하는 큰 규모의 국내외 학술행사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관심 양태가 변해서인지 저명한 학자를 초청한 강연회 보다는 인기 연예인의 특강에 학생들이 더 몰리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학내 학술단체와 학생자치단체 등에서 학술행사를 열고 싶어도, 청중유치에 자신이 없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대학의 역사가 우리 보다 깊은 서구에서는 교수들이 새로이 취임할 때 교수취임 특강을 하는 학문적인 전통이 있다.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 막스 베버, 하버마스, 리만, 실러, 쉬뢰딩거 등 사상과 과학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학자들은 교수취임 특강에서 당대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학문인생과 동반할 질문을 던져왔다.
국내에서 처음 실시하는 이 특강 시리즈가 당장에 이러한 성취는 아니더라도 그 출발점은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학문간의 교류가 시작된다면, 학문분야에서 구애받지 않는 지성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시작에는 고연전 농구표로 유인해야 했지만, 나중에는 고려대학교 지성의 전통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