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연세대에 두 번 울다
2007 정기전 승리 이후 우리학교 럭비부는 공식경기에서 연세대와 두 차례 만났다. 결과는 2패. 지난 3월 ‘전국춘계럭비리그전’에서 19대 27, 6월 ‘대통령기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에서 15대 22로 모두 패했다.

연이은 패배의 원인은 전력의 핵심이던 4학년 선수들이 대거 졸업한 것에서 시작된다. 김광식 선수를 포함해 포워드에서만 5명이 빠졌다. 올해 졸업한 선수들은 기량이 좋아 저학년 때부터 경기를 뛰었다. 이 때문에 현재 3, 4학년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저학년 때 실전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다. 지금 경기를 뛰는 4학년 선수가 우리는 3~4명인데 반해 연세대엔 7명이나 있다. 경험에서 연세대가 앞서는 것이다. 럭비부 김성남 코치는 “선수들이 실수를 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기량보다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컨디션이 좋아도 경험이 부족하면 방심을 해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춘계리그 연세대전에서 우리 럭비부는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다. 상대편 라인 바로 앞에서 다 잡은 트라이를 놓치거나, 연대 측 수비수를 다 뚫은 뒤 공을 놓치기도 했다.

3월 춘계리그전이 끝나고 우리 럭비부는 6월 대회준비를 시작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국가대표 차출로 6명이 빠졌고, 청소년 대표로도 8명이 빠졌다. 선수들의 교생실습 기간도 겹쳤다. 이 무렵 한동호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6월 경기에서 다시 연세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동호號 출범, 분위기를 바꾸다

한동호 감독은 선수시절 국내 최초로 일본에 진출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그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우리학교 럭비부 감독을 맡았었다. 또한 2002년 정기전을 승리로 이끌며 1998년부터 거듭된 럭비부의 연패행진에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한 감독은 부임이후 최근 럭비부의 부진이 훈련내용이나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나태한 마음가짐과 경험부족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훈련스케줄의 큰 틀은 유지한 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점차 팀을 안정적으로 정비해 나갔다.

한 감독이 추구하는 럭비는 ‘힘의 럭비’다. 포워드 라인의 파워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그간 선수들의 체력훈련에 힘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럭비부는 지난 7월 19일부터 27일까지 강원도 양구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오전에 8.4km 정도의 산악코스를 뛰고, 오후에는 평지 훈련을 하는 강행군이었다. 선수 개인별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실시했다. 타이어와 낙하산을 허리에 묶고 달리는 훈련을 도입해 선수들이 체력은 물론 스피드도 개선시켰다. 이런 훈련들이 럭비부를 서서히 2007년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다.

제갈공명, 김성남 코치

럭비부에는 든든한 참모 김성남 코치가 있다. 김성남 코치 역시 우리학교 럭비부 선수 출신이다. 1학년 때부터 국가대표 상비군이었고, 3학년 때 대학생 선수로는 최초로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남달랐다. 그는 럭비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럭비부는 지난해까지 매년 뉴질랜드나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김 코치는 이들 국가의 선진 럭비시스템을 배우는 데 공을 들였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럭비부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럭비주 주장 김결 선수는 “한국에서 하지 않는 선진 럭비 기술을 먼저 쓴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6년 1월 사설 전문업체에 우리 럭비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의뢰했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2002년에 한국 대표팀에 도입했던 방법으로, 럭비 종목에선 최초의 시도였다. 과학 분석은 럭비부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해주었다. 스포츠 트레이닝과 운동생리학을 전공한 윤성진(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교수의 도움을 얻어 올해 1월부터 선수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 축척도 시작했다. 체력을 구성하는 △근력 △파워 △스피드 △지구성 △유연성 등의 요소 중 자신에게 부족한 점에 따라 맞춤훈련을 도입했다. 달마다 데이터를 측정하면서 변화과정을 확인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의욕이 올라갔고 실제로 체력도 상당히 향상됐다.

  포지션 정보 및 예상 선발선수 명단

번호

포지션

역할

고려대

연세대

포워드라인

1

LOOSE HEAD

스크럼 제1열을 구성

서형원

정경원

2

HOOKER

스크럼 제1열에서 후킹을 하고 라인볼을 던짐

구동윤

김경훈

3

TIGHT HEAD

스크럼 첫 번째 열을 구성

신명섭

김성환

4

LOCK

스크럼 두 번째 열에 위치. 라인볼을 캐치

김결

권오용

5

LOCK

스크럼 두 번째 열에 위치. 라인볼을 카치

이정원

김여훈

6

FLANKER

빠른 발과 강한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저지

황인조

전영재

7

FLANKER

빠른 발과 강한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저지

김현수

신우식

8

NO.8

스크럼을 컨트롤하며 공격과 방어의 중심역할

최진규

한건규

9

SCRUM HALF

스크럼에 볼 투입, 포워드의 볼을 백스에 연결

박완용

김지선

백스라인

10

OUTSIDE HALF

백스 공격의 출발점

이용민

이의규

11

WING

백스 양 끝에 위치. 공격 마무리를 담당

유용현

김광민

12

CENTRE

백스 중앙에서 게임흐름을 파악해 패스, 돌파

김인규

최낙훈

13

CENTRE

백스 중앙에서 게임흐름을 파악해 패스, 돌파

전치도

제갈빈

14

WING

백스 양 끝에 위치 공격 마무리를 담당

김현우

김둘

15

FULL BACK

백스 최후의 방어선

이정민

최시원

정기전 대비 마무리
한 감독과 김 코치의 정기전 준비 마무리는 일본에서 이뤄졌다. 럭비부는 8월 17일부터 29일까지 일본 나가노(長野)현 스가다이라(菅平) 고원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이곳에서 △긴키(近畿)대학 △닛폰(日本)대학 △릿쇼(立正)대학 △교토(京都)산업대학 △류쯔(流通)경제대학과 평가전을 가지며 선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된 경험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훈련강도를 조절하며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양팀 전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정신력이다. 경희대 럭비부 안덕균 감독은 “정기전 같이 큰 대회는 전력보다는 정신력이 중요하다”며 “긴장하지 않고 컨디션을 잘 살려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팀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튼튼, 연세대 씽씽

4학년 3인방. 왼쪽부터 서형원 최진규 김결 선수다.
우리학교 럭비부는 전통적으로 수비진이 탄탄하고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결 최진규 서형원 신명섭 등이 올해 졸업한 김광식 권재혁 정대익 등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웠다. 연세대에 비해 스피드가 조금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조직력과 전략에선 우리가 앞선다.

우리 팀의 핵심은 박완용 선수다. 스크럼 하프(공수를 연결하며 게임을 조율하는 포지션)를 맡고 있는 박완용 선수는 국가대표 에이스로 경기 흐름을 보는 눈이 뛰어나다. 지난해 정기전에서 2개의 트라이를 성공시킨 바 있다. 김현수 선수는 럭비부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다. 칠레에서 열린 ‘2008세계청소년럭비선수권대회’ 트라이 순위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백스라인에는 김현우 선수가 있다. 김현우 선수는 100kg이 넘는 거구로 파워와 함께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스피드까지 겸비했다. 이정민 선수와 서인수 선수는 빠른 발과 함께 킥력을 갖고 있다. 전담 키커로서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득점 가능한 선수들이다.

반면 연세대 럭비부는 전통적으로 백스가 강하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바깥으로 돌아나가며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나간다. 연세대 백스라인의 핵심은 주장 최시원 선수다. 2005년 정기전 당시 14대 14 동점상황에서 인터셉트에 이은 트라이로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준 장본인으로 시야가 넓고 돌파력이 좋다는 평가다. 포워드 라인도 나쁘지 않다. 연세대 한건규 선수는 신장과 체력을 앞세워 파워풀한 플레이를 한다. 김성남 코치는 “한건규 선수를 효율적으로 막아야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3월 춘계럭비리그전 우리학교와의 경기에서 트라이를 성공시켰다. 차세대 유망주 제갈빈 선수도 빼 놓을 수 없다. 같은 경기에서 킥으로만 무려 14점을 뺏어갔다. 1학년이지만 이번 정기전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전 각오
마지막 정기전을 앞둔 4학년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05학번인 그들의 전적은 2승 1패. 주장 김결 선수는 “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며 “선수 모두가 하나가 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서형원 선수는 “4번째 정기전이지만 여전히 긴장된다”며 “미리 부딪혀 긴장을 풀면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진규 선수는 “마지막 정기전을 승리로 장식하겠다”며 “학우들의 힘찬 응원이 함께한다면 더욱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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